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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일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by 블루블랙

* 식사 준비물 :


뉴케어 데울 냄비와 물

50cc 에네마 시린지

물 100ml ~ 200 ml

경관식 식품 (이라 하고 밥 대용 음료) 400ml

피딩줄 (코. 안에 들어가 있는 줄과 경관식 식품 팩을 연결할 줄)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 가루로 만들어 물에 녹인 약물

연습용 요거트


기본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코 안에 카테터를 끼고 있었기에 따끈하게 데운 뉴케어를 피딩줄과 카테터를 연결하고 드셨다.

이때 너무 뜨겁지 않게 빠르지도 않게 조절해야 했는데 섬세한 작업처럼 느껴졌었다.

거기다 아빠는 물을 딱 세 번만 드실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난 목이 마른 지도 물어볼 생각도 못 했고 나중에서야 아빠가 목이 마르다는 걸 알고 가슴 부근이 답답함을 느꼈고 그 후엔 목이 마를 때 알려주어 그때마다 수분 공급이 되었다.

약은 최대한 가루로 만들어 물에 녹였고 콧줄 안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입으로 직접 식사를 할 수 있게 요거트 혹은 병원 지하에서 구입한 그 물에 타서 묽게 만드는 약(이름이 기억나지 않음)을 넣고 떠먹는 연습을 해야 했다

하지만 기본 요거트와 물에 타먹는 약도 맛없다 했다


* 변비가 심할 때 준비물 :


관장약 1~2 개

위생장갑

일회용 멸균 젤. 혹은 연고

50cc 에네마 시린지

따뜻한 멸균 생리식염수 (관장약 두 개를 넣어도 안 나올 시 긴급으로 사용, 잘 사용하지 않음. 진짜 마지막 비상용)



변비가 심해지면 좋지 않았다. 문제는 드시는 약 중에 변비가 생기는 약이 있었다는 거다.

그럴 땐 아빠를 엎드리게 한 후 약국에서 파는 분홍통 관장약을 사 와 관장을 하곤 했다.

하지만 딱 한번. 관장약을 넣어도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추운 화장실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화장실 문을 연 상태로 덜덜 떤 것 같다

그래서 주사기 앞부분 입구가 관장약 입구보다 크기에 주사기 입구에 관장약 두 개를 짜 넣어 연고를 듬뿍 바르고 관장을 한 적도 있는데 이때 아버지 체온이 정말 많이 떨어져 감기 걸릴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관장약 두 개도 안 되어 응급으로 생리식염수를 50cc 넣고 기다렸다.

이날은 똥물이 얼굴에 튀었으나 신경도 못 썼다.

얼굴을 후딱 닦고 아빠가 씻고 나오자마자 전기장판에 오리털 이불까지 끌어다 덮여놓고 배에 따뜻한 핫팩까지 해놨어도 걱정이었기에.



* 샤워 준비물 :


작은 접이식 의자

의자에 올릴 수건

기본 샤워 도구

귀여운 머릿수건

바디 크림

내복


샤워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다.

비록 기운이 없어 자주 못 씻었을지언정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씻었고 바디 크림도 꼭 발랐다. 물론 아주 간혹 바르지 못한 적도 있지만..


샤워를 할 땐 물을 먼저 켜놓고 따뜻 해지면 그때 아빠가 옷을 힘겹게 벗고 화장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의자에 수건을 깔아 두면 앉았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샤워기로 머리부터 물을 적시고 샴푸를 할 때 아빤 샤워기로 몸을 데우고 있었다.

샴푸를 다 하고 나선 머리가 시리지 않게 머리부터 닦고 귀여운 머릿수건으로 덮어 놓고 몸을 씻긴 후 후딱 물을 닦고 거실로 가자마자 바디 크림을 발라 내복을 입혔고 겉 옷도 입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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