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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든라이언 May 27. 2022

직지(直指), 끝나지 않은 이야기

생명과학자의 철학



직지를,
 읽어보셨나요?



'직지'는 최소한 구텐베르크의 '42행성서' 보다는 78년, 중국의 '춘추번로' 보다는 145년이나 빨리 금속활자로 찍어낸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직지 청주 고인쇄박물관 홈페이지]


관련된 많은 뉴스들도 대부분,


- 자랑스러운 금속활자 세계 최고본

- 부처님의 설법이 아니므로 '경' 이 아니고 직지심체요절이 맞다.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정작 그 위대한 유산이라는 '직지'에 담긴 핵심 내용과 그 메시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채 그저 금속활자라는 인쇄술에 의해 남겨진 (古) 'product'라는 부분만 부각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그 '직지'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가리키는 달을 보라'로 비유할 수 있듯이 참 성품을 바로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 들인데, 정작 손가락 조차도 보려 하지 않기때문에..


문득, 직지심체요절의 한글 번역본을 제대로 읽은 분들이 얼마나 되며, 외국인들에게 이 책의 내용과 그 뜻이 뭔지 설명할 수 있는 분들이 몇 분이나 될까 궁금증도 함께 합니다.


게다가, 금속활자본 중 더 오래된 서적이 발견되면, '직지'가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금속 활자'는 '한글'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위대한 발명품 이자 과학기술의 산물이지만 '직지'를 인쇄할 당시 '금속 활자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낮았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필자가 궁금했던 것은, 한글의 발명에는 세종대왕의 깊은 철학과 의지가 담겨 있듯이, 무엇 때문에 경한 선사가 중국의 한 선사로부터 물려받은 책을 직접 수기로 증보(추가 보충) 했으며, 그의 제자들이 굳이 완성도도 낮고 불편한 금속활자를 이용해 인쇄하고 또한 그도 모자라 1년 뒤에 목판인쇄까지 더해서 '우리 후손에게 기필코 물려주려 했던' 그 '이유'였습니다.


그 작품의 가치가 귀함으로 인해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그 깊은 뜻,  추정하고 이해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지'번역본을 구해 읽은 필자의 느낌은,


생명과학자의 철학 2편 (22. 나비에게 희망을)에서 언급했던 '꽃들에게 희망을'동화의 주인공 애벌레처럼,


진심으로 진리와 자아를 찾아 깊은 마음의 세계로 들어갔던 분들이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는 그 경이로운 순간들과 그들의 메시지들을 문자를 빌려 생생한 역사를 기록,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대 서사서'



였습니다.



문자로 진리를 그릇 가리키는 우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 후세에 진리의 문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위해 남겨진 스승들의 계보이자 증표로 이해했습니다(당장 후손들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대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의 깨닫고  이후의 계송들은 모두 그 깊이를 증명하는 증거자료이자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당연히, 문 밖에 있는 사람이 문안에 일을 모르 듯 필자가 그 심심미묘(甚深微妙)한 뜻을 알 수 없지만, 땅바닥만 보고 다니는 애벌레로 하여금 고개를 들어 위를 보게 하려 끊임없는 자비의 날개짓을 하는 나비 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정도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직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원(元)의 석옥 청공(石屋 淸珙, 1272~1352, 임제종 양기파(楊岐派)이며 임제(臨濟)의 19세 법손) 선사는, 고려의 제자 '2 '을 인가합니다. (또, 한 분의 양기파 평산처림(平山處林) 선사는 유명한 무학(無學) 대사의 스승인 고려의 나옹혜근(懶翁惠勤) 선사에게 법을 전수합니다. 훗날 세종대왕 당시 한글 창제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신미대사 스승의 계보이기도 합니다.)


먼저, '태고 보우(太古 普愚, 1301~1382)'선사가 1346년에 중국에 들어가 1347년에 천호암에서 청공 선사의 인가(印可)를 받고 가사를 전해 받아, 육조 혜능(六祖慧能, 현재 우리나라 조계종의 종조) 선사로부터 이어져온 조계종의 5가 7종(五家七宗, 임제, 조동, 위앙, 운문, 및 법안 5가와 임제종의 양기 및 황룡파) 중에 임제종 양기파의 적통(嫡統)을 잇습니다.


1351년, 청공 선사를 찾아간 고려의 또 다른 승려 백운화상 경한(景閑) 선사는 청공 선사로부터 《불조직지심체요절》을 1권을 직접 받게 됩니다. 이후, 1354년 석옥 청공 선사는 입적하면서 전법게(傳法偈, 辭世頌)를 지어 제자 법안(法眼)을 통해 경한(景閑) 선사에게 전해 인가했습니다.


그 이후, 제57조 인 태고 보우 선사로부터 임제종 양기파의 계보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 내려와 현재 부산 해운정사에 계시는 제79조 진제법원(眞際法遠, 전 조계종 종정 제13대 ~ 제14대)선사님 까지 이른 것입니다.


즉, 청공 선사의 한 분의 제자는 역사적인 기록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으며 또 한 분의 제자는 그 법맥을 이어 지금의 우리나라에 그 법이 머물러 끊이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인도에서 부터 중국에 머물기까지 온갖 법란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숭유억불 정책과 일제강점기 등등을 거치면서도 고고(孤高)하게 지켜 왔습니다.



'직지(直指) Live' 



금속활자에 인쇄된 더욱 오래된 책이 발견 된다 할지라도 변함없을 '직지의 놀라운 스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우리 곁에서..

 

필자가 (14. Who am I , 22.나비에게 희망을)편에서 선사님을 직접 찾아 가 뵈었던 '진짜 이유' 입니다.




위대한 발명을 하거나 특별한 기술을 가진 명품 장인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가장 고귀하고 가치 있는 일에 쓰이기를 바랍니다. 금속활자의 '직지'인쇄에 참여한 알려지지 않은 금속활자 장인들의 '안목과 지극한 정성'을 존경합니다.


오래된 것(古古)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은, 그 밑바닥에 잔잔히 흐르는 '고고(孤高)한 정신' 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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