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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든라이언 Jul 24. 2022

조용한 혁명, 그 첫걸음

생명과학자의 철학

    
   그게 가능할까요?


동물실험을 지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발로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어떤 대안을 갖고 풀어나가야 할지, 해법들이 실제로 실행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대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수많은 장벽을 어떻게 뛰어넘어 치료제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분들과 종종 진지한 논의를 하는 경우가 습니다. 치료제 개발과정의 수많은 기술적 경제적 어려움과 제도적 장치의 중압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생명과학자 분야 동료들의 복잡한 심정은 당연한 것이고, 당장 안정된 포지션에 안착하기 위해 떼는 한 걸음조차 무거운 사람들에게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이상적인 화두를 던지는 것은 아닌지.. 불과 몇 년 전에만 하더라도 이런 유의 얘기를 꺼냈을 때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확실했는데,  당장 풀 수도 없는 뜬금없는 문제를 꺼내는 마치 머리는 구름 위에 떠 있고 발은 땅에 닿지도 않은 그저 유별난 개인적 감성적 발상 정도로 보는 듯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시대의 흐름 상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요즘 들어 문제의식을 공감하는 작은 변화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해결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고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종의 실험모델을 사용하는 생명윤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학계의 연구(R&D) 분야뿐만 아니라, 제약 및 진단 관련 산업분야에서도 나날이 엄격해지는 유전자 변형 생물체 (Living Modified Organism, LMO -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한(넣거나, 빼거나, 바꾼) 살아있는 생명체) 관리 규정 준수를 위한 비용 그리고 전임상 단계에  약효와 독성 테스트를 위한 동물실험에 투입되는 초고 비용의 절감을 위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측면으로는 고무적이기도 합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4차 산업 트렌드에 부응해 실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딥러닝 및 머신러닝 기반의 약물 탐색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으며 인체의 장기를 모사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Organoid)' 도 조금씩 의미 있는 진전을 하며 전 임상단계의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술적 완성도가 낮아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지만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성만 잃지 않고 집중한다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으로는 '애완'의 단어가 '반려'로 자연스럽게 바뀐 것처럼, 말 그대로 '생명의 상생'이 유행의 흐름으로 바뀌는 토대가 서서히 마련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패션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동물유래의 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실험적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구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캠페인도 점점 더 확대되고 있고 시장의 반응에 민감한 기업들도 이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생'의 키워드가 체계화된 ESG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 경영이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고, 아직까진 의약 관련 회사들의 ESG는 투명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생명윤리를 더 중요하게 비중을 두는 회사나 연구에 다양한 혜택을 주는 'Bioethic-ESG'가 전개된다면 분명 의미 있는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마저 듭니다.


이는 가치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방향성과도 그 결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이 뚜렷 한가운데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추구하는 '큰  흐름' 위를 항해할 시대가  오고 있다는  의미합니다.


기초연구부터 전임 상단계를 거쳐 임상시험에 이르는 긴  연구과정은 결국 약효(efficacy)와 안전성(safety)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전임상 단계에 진입하기 전 실행하는 인간 유래 세포를 이용한 기초연구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세포 하나하나도 결국 독립된 생명체입니다. 종국에는 어떤 생명체도 해치지 않으면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길이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단박에 뛰어넘어 갈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 가야 할 것입니다.


그럼,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요?

누가 제게 묻는다면,


   제약회사를
     세우려고 합니다.
모든 생명들을 위한 지혜를 모아
     생명과학 철학을
온전히 갖춘 약을 만드는.


네, 저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자입니다.

다른 존재들의 생로병사에 대한 연구 덕분에 먹고살 수 있는 생명과학자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생각해왔던 일을 하려고 합니다.


가장 낮다고 생각하는 곳을 지키고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저절로 밝고 높은 하늘을 마주하리라 믿기 때문에, 생명과학분야만큼은 천천히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조용한 혁명'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그 길을 건너는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 갈 것입니다.

뜻을 같이 할 분들과 함께.


등불은 아무리 나누어줘도 그 밝음을 잃지 않고 함께 모인 등불들은 보다 멀리 환하게 비춥니다.


소중한 당신의 빛을 나누어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 골든 라이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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