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당하는 전교회장

기적 같으면서 안쓰럽다

by 연필심

당시 나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내게 조금이라도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지 않았던 동급생 및 후배들에게 사정을 하여 선거운동원을 모았다.


전교회장에 당선되었다.


전교 회장 후보 등록 당시, 학생자치활동 담당 교사는 내 첫 공약을 반려하였다.

그 공약은 지켜질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두 번째 공약을 가지고 갔다. 이번에는 승인이 되었다.

즉 첫 공약과 달리 두 번째 공약은 지켜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제출했던 공약을 가지고 출마한 결과 전교회장에 당선이 되었다.


전교회장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학생자치활동 담당 교사와 교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교장 선생님이, 학생자치활동 담당 교사와 나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육청 지침으로 인해서 나의 공약이 시행 불가능하다고.


나는 학생 대의원회에서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신 위 내용을 이야기하며

전교 학생들에게도 공지하였다.


이렇듯 공약은 나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교장 선생님으로 인해 시행되지 않았고

내 잘못이 아닌 것으로 인해 전교회장 임기 동안

학생들로부터 수많은 모욕과 비난을 들었다.



[학생들로부터의 괴롭힘]

당시 전교생이 다 볼 수 있던, 페이스북의 ‘OO중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익명 게시판이 있었다.

그곳에 익명으로 전교회장인 나에 대한 비난, 욕들이 여러 차례 게시되었다.


학생 대의원회 등과 같은 학생들을 대표해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서 나에게 맹목적인 반대를 하거나, 휴대폰을 하며 딴짓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나를 괴롭게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렇게 중2, 반 동급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반장에서

이제 중3, 전교생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전교회장이 되었다.



[학생자치활동 담당 교사로부터의 괴롭힘]

(1)

학생 대의원회를 진행할 때, 학생 자치 활동 담당 교사는 종종

전체 임원들이 보는 앞에서 내 진행 능력이 형편없다며 면박을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학생 대의원회 마지막 날 임원들의 건의 사항을 받는 날이었다.

이 날 많은 건의 사항에는


‘제대로 된 진행자 세워라’

‘진행을 재밌게 해라’

등 나의 진행 능력에 대한 비난이 쓰여 있었고,

학생자치활동 담당 교사는 그것을 전체 임원이 보는 앞에서

나로 하여금 읽게 하였다.


심지어 그 교사는 전체 인원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팔꿈치로 치며

“봐봐 너 진행 못한다고 쓰여있잖아”

라고 말하며 망신을 주었다.


흔히 말하는 ‘공개 처형’이었다.

난 그곳에서 벗어나고 도망치고 싶었으며

스스로의 존재 자체가 수치스러워졌다.


앞에 있는 수많은 임원들의 눈빛을 쳐다보기 너무 두려웠다.

미치도록 괴로웠다.



(2)

어느 날 아침 등교 시간 학교 정문 앞에서 폭력 예방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내 옆에는 학생 자치 활동 담당 교사가 있었다.


그 교사는 내게 공약을 지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공약이 아니라, 전교 회장 후보자였지만

경선에서 떨어진 학생의 공약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


당연히 나는, 내 공약이 아닌 탈락한 후보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는 없다.


그 후보의 공약은 여자 화장실 방향제 설치였다.

그 교사는 내게 다음과 같은 식으로 말했다.


“주위의 여학생한테 부탁을 해서 여자 화장실 내부 구조를 확인하거나,

아니면 네가 여자 화장실 문 앞에서 여자 화장실 내부를 보고

방향제 설치를 어디에 하면 좋을지를 살펴봐라.”


남학생이, 여자 화장실을 기웃거리거나 내부를 바라보는 행위는 범죄다.


이 교사는 이렇게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내게 시키며

내가 곤란에 빠질 수 있는 지시를 하였다.


나는 교사의 위 지시 사항을 따르지 않았다.

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명령을 따를 필요는 없기에.



[학부모들로부터의 괴롭힘]

학부모 회장은 체육대회 날, 내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켰다.

“야, 회장 너 이것 좀 옮겨”

라며 본인의 개인 물품을 옮기도록 시키는 등 부당한 명령을 하였다.


전교 회장은 학부모 회장의 명령, 특히 사적인 지시 사항을 따를 의무는 없다.


그리고 학부모 회장과 이 사람을 따르는 몇몇 학부모들은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나를 무시하곤 했다.



[지금 바라본 전교회장 시절의 나]

성인 연예인들도 악플 등 사회적 비난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정신적, 심리적으로 큰 충격과 트라우마를 얻는다.


하지만 나는 당시

중학교 3학년이라는 나이에


전교 학생들, 학부모들, 교사로부터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까지

괴롭힘을 당하였다.


그 어린 나이에 보호해 주는 사람 없이

수많은 괴롭힘으로부터

홀로 어떻게 버텼는지...


기적 같으면서도

말로 다할 수 없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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