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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Oct 09. 2024

구두장이

Porto, Portugal

     

움켜쥐고 있던 모든 것을 풀고

한 순간 완전히 방향을 튼 것도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지만,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인내하며

조금씩 진화해 가는 것도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야.  


   

우두커니 견뎌낸 시간이 그의 어깨에 걸려 있잖아.


감내해야 했을 많은 상처들이

그의 손가락 끝에 여물어 있잖아.

                                                                                                                                                           


언젠가 생각했다.

「열정」이란 사랑이 깃든 자의적 집착,

다른 것을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각오.


그 둘이 버무려져 탄생한 말일 거라고.



오늘은 생각한다.

찰나의 열정도 분명 없는 것보다는 나은 거지만,

거기에다 묵묵한 세월까지 덧입히면

그것은 진짜 굉장해지는 거라고.     



설령 그것의 명백하고 확실한 당위성 때문에

이내 마음이 지겨워져-


까치발을 해도 닿지 않을

저만치 높다란 선반 위에 「열정」이란 두 글자

올려놓았다면,



너무 늦지 않은 날,

자분자분 두 손에 꺼내 들어 보라고.



그리고 묵은 마음 한 번 털어내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열정>에 대하여.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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