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g Chebbi, Moro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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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너의 이야기도 듣게 됐어.
넌 원래 유목민이었다 말하더군.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야.
여동생이 4명이나 있는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이곳저곳을 줄곧 떠돌며 살았다고...
그런데 2년 전 큰 천재지변을 만나
키우던 동물들이 모두 다 한 순간에 죽었다고 했어.
그렇다 보니 주린 배를 채워야 할 식구는 많은 데
도무지 살 방법이 없어
유목민으로의 삶을 포기하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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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말했어.
“이 생활에 만족하세요?”
“친절한 관광객들이 오면 좋죠.
즐겁고,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것도 많이 알게 되고..
그런데 그렇지 않은 손님들이 오면, 좀
...
뭐,
그렇죠.”
“그렇... 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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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게 삶이겠죠.”
“... 그렇죠.
그런 게 삶...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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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생각에 잠긴 듯 슬며시 흔들리는 너의 눈빛,
아련한 초 그림자 곁으로 사라지는
너의 마지막 한 마디.
그걸 듣는 내 마음도
이내 파드득 거리더라.
담담히 말하는 네 말투에 고단함이 만져져서
내 눈도 그만...
중심을 잃고 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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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드, 넌 참 용기 있는 사람이야.
너희 가족도 모두 널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이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어딘가 분명
더 멋진 곳에 도달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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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뜻대로.
'인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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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것>에 대하여.
모로코, 사하라 사막, 에르그 쉐비(Erg Chebbi)에서.
*인샬라(insha’Alla: 「신의 뜻대로」, 「신이 원하신다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아랍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