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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꿈꾸게 해주었던 영화 <러브레터>

by 캐서린




15살 때 친구들과 시내에 나가서 심은하, 한석규 주연의 영화 <텔 미 썸딩>을 보기로 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여서 표를 못 끊어 준다는 거다.

그래서 바로 옆에 붙어 있던 하얀 배경 포스터에 여자 얼굴이 있던 영화가 전체 관람가여서 그걸로 보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본 영화였는데, 이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 진짜 좋아하는 게 생겨버린 느낌이 들었다.


​<러브레터>라는 영화에 엄청난 감명을 받았던 나는 영화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거라면 나도 이런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꿈같은 게 어렴풋이 생겨났던 순간이었다.


​그 후로 방학 때면 학원 아래에 있던 큰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빌려 영화를 봤었다. 학창 시절에 딱히 삐딱선을 탄 적이 없던 내가 공부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 혼자 밤에 영화를 보는 일이었다. 어렸던 내가 학교 말고는 지금 당장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보면서 여러 감정에 젖어들 수 있게 해주는 영화가 멋지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십 대 초반을 지나면서 영화 말고도 재밌는 일이 많아져서였는지 영화에 대한 애정은 사그라들어 갔다. 하지만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나 감정들이 어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고, 또 누군가의 인생에 오래 간직할만한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여전히 믿고 있다.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습니다.


나를 꿈꾸게 해주었던 영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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