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의 무게

by 홍미

할아버지는 최근 손부터 다리까지 전신에 힘이 많이 빠지셔서, 혼자서 거동이 불편해지셨다.

응급실에 갔을 때만 해도 아무렇지 않으셨는데, 며칠 새에 이렇게 안 좋아지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해지신 할아버지가 조금이라도 편하시려면, 휠체어라도 급하게 구해야만 했다.

평생 지팡이도 한번 짚지 않고 다니셨던 터라, 할아버지는 휠체어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강하셨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부축해서 걸어 다니고 싶다고, 너무 갑갑하다고 불만을 토로하셨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걸으시다가 혹시라도 넘어지시면, 바로 입원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설득을 했다.

드디어 설득을 했다 싶었는데, 처음 경험하는 휠체어에 할아버진뿐 아니라 우리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할아버지가 가장 편하신 자세로 높이를 조절했고, 밖에 나가기 전 거실을 돌며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을 했다.


방에서 거실로 그리고 화장실로 이동을 할 때마다 휠체어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어느새 할아버지도 휠체어에 익숙해지셨는지, 한적한 낮 시간이면 휠체어에 앉아 바깥 구경을 하시곤 했다.

그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평온하고 제일 쏠쏠한 취미가 된 것이다.

하루에 만보도 넘게 걸으며 운동하셨던 분인데, 집이라도 해도 하루 종일 있으니 갑갑하지 않을 리 만무했다.

하루 종일 멀뚱멀뚱 창문만 쳐다보고 계신 할아버지에게 조심스레 밖에 나가자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할아버지 우리 밖에 잠깐 나가서 한 바퀴만 돌고 오자!'

'에휴.. 뭣하러 밖에 사람도 많은데'

'아니 마스크도 쓰고, 담요도 덮고.. 잠깐만 다녀오자..'

'그러다 누구 마주치면 어쩌려고.. 나 이렇게 된 거 아무도 모르는데..'

'할아버지 이렇게 된 게 뭐? 그냥 잠깐 몸이 아파서 그런 건데 뭐가 창피해!'


손녀의 잔소리에 못 이기는 척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타셨고, 나는 담요와 물을 챙겨 나왔다.

큰소리치며 모시고 나왔는데, 집에서만 밀었던 휠체어가 아스팔트에서는 꽤나 무겁고 퍽퍽했다.

집 앞에 있는 공원까지의 오르막길에서는, 중심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뒤로 밀려날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은 내가 할아버지를 지켜야 할 유일한 보호자라는 생각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할아버지는 아는 사람이라도 볼까 불안해하시면서도, 오랜만에 산책에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아지셨다.

추우시진 않을까 담요를 덮어 드리면서, 목이 마르거나 불편한 게 있으면 꼭 알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다른 가족들 없이 오로지 할아버지와 나만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괜스레 불안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리막길, 가속이 붙어 빨라지는 휠체어를 붙잡으며 그렇게 나의 진짜 간병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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