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의 맛
나는 한여름 태생이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소고기 미역국이다. 여름에 뽀얀 미역국을 먹으면, 왠지 기운이 난다. 저 밑바닥에 있는 슬픈 기억이 꿀꺽꿀꺽 삼켜지는 기분이 든다.
나 살아있길 잘했지. 살아있어서 다행이지.
미역을 한 시간쯤 불렸다가 부들부들해졌을 때, 찬물에 여러 번 헹궈서 물기를 꼭 짠다. 미역을 덜 헹구면 비린맛이 난다. 한입 크기로 썰어서 달궈진 냄비에 넣고 참기름으로 볶는다. 미역이 흐물거릴 때까지 5분쯤 볶다가 국간장을 넣고 다시 5분을 볶는다. 그리고 물을 미역의 3배를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그 사이 소고기 국거리를 찬물에 씻어 물기를 키친타월로 닦는다. 국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통마늘 한 줌과 소고기를 집어넣고 다시 팔팔 끓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중불로 줄인다. 거품을 걷어내고 뭉근하게 20분쯤 끓이다가 약불로 줄인다. 미역국은 오래 끓일수록 맛있다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국이 뽀얗게 되면 국간장이나 액젓, 소금으로 간을 한다. 혹시 모를 잡내를 위해 미림을 반숟갈 넣는다. 간은 두 가지 이상으로 해야 더 맛있다. 짠맛도 다 다르다. 찌르는 듯한 짠맛, 달큰한 짠맛. 은근한 짠맛. 간을 마치고 잘 어울릴 수 있게 10분 더 끓인다.
국이 다 끓여지면 한 사발을 퍼서 선풍기 앞에서 후후 불어먹는다. 목덜미에서 땀이 흘러 뒷목을 타고 내려간다. 이마에 콧등에 땀이 맺힌다. 여름의 맛이 위장을 채우면 살고 싶어진다. 살아야겠지? 할머니가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