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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무침

여름의 맛

by 빨강



하루 종일 차량 경보음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렸다. 한낮에 시작된 경보음은 해가 지도록 골목을 울렸다.


삐삐삐삐 삐삐삐삐


도로는 공사 중이었다. 아스팔트를 드릴로 깨고 포클레인이 바닥을 파 올렸다. 시꺼멓게 조각난 아스팔트가 도로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흙은 유난히 붉어서 핏덩이 같았다. 500미터에 달하는 공사구간은 신도시와 신도시를 잊는 지하철 공사의 일부였다. 2028년까지 도로는 파헤쳐지고 메우고를 반복할 예정이었다. 바닥이 이글이글 끓어올랐다.


도매시장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온 채소들이 비닐로 소분되어 이층짜리 나무가판대에 놓여있었다. 비닐 안에는 습기가 차 있었다. 한편에서 검은 나시를 입은 남자가 메밀과자를 저울에 달아 소분했다. 단으로 묶인 부추 옆에 웃자란 영양 부추가 비닐봉지 안에서 시들어 갔다.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싱크대에 와르르 부추를 쏟아 넣고 물을 틀었다. 엉켜있는 부추 머리를 골라쥐며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었다. 채반에 씻은 부추의 이파리가 제멋대로 솟아올랐다. 물기를 빼기 위해 잠시 그대로 두었다. 시들하던 이파리가 탱탱해졌다.




도마에 부추를 놓고 손가락 한마디 길이로 잘랐다. 도마를 기울여 볼에 털어 넣고 양파를 깠다. 다용도실에 놓여 있던 양파가 뜨끈뜨끈했다. 반으로 가르고 채를 썰었다. 냉장고에서 마늘과 고춧가루를 꺼내 크게 한 숟가락을 넣었다. 양념통에서 멸치액젓을 쪼르르 넣고 진간장도 조금 넣었다. 설탕도 반숟가락 넣고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청양고추도 넣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살살 무쳤다.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깨를 넣었다. 짭짤하고, 매큼한, 시원한 채즙이 부추의 파릇한 맛이 입안에 들어왔다. 여름의 맛이 입안에 찼다. 목덜미에서 등으로 땀이 굴러 떨어졌다. 반찬 하나에 만드는 사람의 여름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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