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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성 May 23. 2024

6화) 미디어가 육아에 미치는 영향


아빠가 되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육아를 하는지 자못 궁금했다. 육아에 대한 좋은 팁이 있다면 내게 적용하기 위해서, 내가 하는 육아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좋은 육아 사례를 참고하려는 목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책, 방송, 유튜브, 블로그, 카페, 브런치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TV와 유튜브다. 큰 수고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때론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멍하니 보기만 해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아이를 재우고 남은 시간에 채널을 돌리다 육아 프로그램이 걸리면 우선 멈추면 되고 알고리즘이 띄워준 영상을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그럭저럭 몰입하면서, 다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구나 깨닫는다.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서 육아에 대한 문화가 조금씩 변화됨을 느낀다. 지금은 방송하지 않지만, MBC <아빠 어디가>에서는 주 양육자에서 소외된(자의든 타의든) 아빠가 전면에 등장하여 아이들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육아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던 아빠가 아이들과 소소한(실제로 소소하지 않다. 그렇게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재력과 시간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여행을 통해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심어줬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아빠가 육아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세쌍둥이 아들 키우는 아빠의 일상,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아이를 키우는 파이터 아빠, 두 아들을 키우는 귀화 연예인 아빠 등 많은 에피소드가 생겨나고 또 만들어졌다. 그리고 최근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문제아들이 나오는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를 통해 시청자들은 경악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방송이 끝나도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에서는 소위 금쪽이 관련 내용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방송 이후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정치·사회적으로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미디어의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2022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지털 TV 보급률은 95.6%, 데스크톱 컴퓨터 52.5%, 노트북 컴퓨터 34.1%. 태블릿 PC 31.2%, 개인 스마트폰 보급률은 94.2%로 조사되었다. 다양한 미디어 기기의 보급으로 많은 사람이 미디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지는 영상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서 미디어의 힘은 나날이 커지고 견고해진다.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든 미디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미디어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일보 칼럼(2023.02.13. “미디어의 힘은 어느 정도인가?”)을 보면 미디어의 영향력은 때로 너무 광범위하고 때로는 다른 조건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명확하게 밝혀내기 쉽지 않다고 한다. 다만, 미디어의 효과가 미디어 메시지, 수용자, 맥락 및 상황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고 했다. 미디어의 힘은 ‘있다’, 혹은 ‘없다’, ‘크다’ 또는 ‘작다’라는 명확한 대답보다는 ‘특정 조건과 상황에서 특정 미디어 메시지에 노출된 특정 집단의 사람에게 어떤 유형의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미디어의 힘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기도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큼 약하지도 않은 듯하다.  

결국 미디어의 힘은 측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분명하고, 다만 그것을 밝히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영향력을 밝히고 수치화하려면 표본의 객관화도 중요한데 처한 상황이 다른 개개인의 특성상 일반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개인이 처한 조건과 상황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이처럼 영향력이 큰 미디어는 육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문화를 변화시켰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가 이전과는 다르게 많이 늘어났으며(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솔루션 해결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핀셋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육아방식도 널리 퍼지게 됐다. 주목하지 않았던 소수의 문제 아이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중요한 부분임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미디어를 통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전혀 다른 방식의 영향도 받게 됐다.       





“매주 주말에 어디론가 여행을 가는 것이 가능한가? 그럴 돈은 있나? 여행을 가는 곳마다 기다리지도 않고, 줄 서지 않으며, 사람도 없는데 아이들은 좋아하는 그곳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저 많고 좋은 장비를 갖추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넓디넓은 집에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는데, 내 돈벌이로 저렇게 갖출 수는 있을까? 고급스러운 식당, 비싼 음식을 매번 먹일 수 있을까? 내 아이가 저렇게 망나니짓을 하면 조용히 타이를 수 있을까? 내 아이가 문제투성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디어가 송출하는 육아를 바라보는 관점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과거 육아를 했고, 앞으로 육아를 다시 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추억을 되새기는 재미를, 결혼이 한참 남은 사람들에게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그렇지만 육아 중인 부모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미혼인 사람에게는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믿는다는 사실 자체다.' 나치 독일 괴벨스(1897~1945)의 말이다. 이처럼 육아가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점보다는 두렵고, 어렵고, 성취 불가능한 무언가라는 것을 대중이 믿는다는 사실 자체가 '육아는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나도 아이를 갖고 키우기 전까지 무섭고 두려웠다. 미디어를 통해 보는 육아는 나를 작게 만들었다. 내 아이는 금쪽이일 것 같았고, 나는 슈퍼맨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인간 본성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강한 부성애를 느끼며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는 그저 평범한 보통 아이였고, 나는 하늘을 나는 슈퍼맨은 될 수 없지만 아이에겐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슈퍼맨 아빠인 것이다.      




세상엔 방송처럼 금쪽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엔 방송처럼 슈퍼맨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평범한 아이들이 있고 그 수만큼 다양한 성격과 특징이 있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평범한 아빠, 엄마가 있고 그 수만큼 다양한 사랑이 있다. 어찌 보면 육아만큼 단순한 것도 없다. 배고프면 밥 주고, 더러우면 씻기고, 졸리면 재우고, 위험한 것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일상적인 육아가 그것이다. 인류는 이렇게 무심한 듯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전해 왔고,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다. 인류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육아는 평범한 일상이며, 육아는 인류가 존재하는 것만큼이나 오래도록 내려오는 자연스러운 문화라는 사실에도 변함은 없다. 괜히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낮추고 아이에게 사랑보다 물질을 더 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할 일이 아니다. 부족한 것은 사랑이지 물질이 아니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그 지점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너무 지레짐작으로 육아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는 안다.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모든 엄마, 아빠 오늘도 힘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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