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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성 Aug 28. 2024

13화) 어느 육아휴직 중인 아빠의 재테크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갈 아들은 이제 보드게임도 곧잘 한다. 할리갈리, 셈셈 수 놀이, 좀비 탈출게임, 사다리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즐기곤 하는데, 그중에서 아들이 요즘 많이 하는 보드게임은 부루마불이다. 부루마불은 부동산 거래를 통해 자산을 늘리고, 최종적으로 상대방을 파산시키는 목표를 가진 게임이다. 아들과 함께하려고 시작한 게임인데, 함께 하면서 나도 몰랐던 사실들을 부루마불을 통해 알게 됐다.


부루마불은 돈을 벌고 관리하는 게임인 만큼 자산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략적 사고도 기를 수 있다. 함께 게임하는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내심과 끈기도 기를 수 있다. 월급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으며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며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게임을 하면서 배울 수 있다. 부루마불을 하다 보면 자산이 늘어날 때도, 반대로 파산을 할 때도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아들에게 재테크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알려줄 수 있어서 유익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의외의 수확이 있었으니, 현재 육아휴직을 하는 우리 집 재정상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는 점이다.


육아휴직을 준비 중이거나 육아휴직 중인 부모의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경제적인 부분일 것이다. 특히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고민할 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경제적 문제다.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2024.06.19)’을 발표했다. 지원내용 중 육아휴직 급여가 기존 15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금도 폐지되어 휴직기간 내 전액 지급하기로 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상한액도 월 200만 원으로 인상된다고 한다. 좀 더 내 의견을 말해보자면,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금은 소급적용되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소득 걱정 없이 누구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정부의 정책이 반갑기만 하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고려하거나 육아휴직 중인 사람들은 육아휴직 급여가 올라갔다 하더라도 여전히 고민한다. 육아휴직 급여가 가족 생활비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 불안감은 육아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고, 가족 전체의 행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육아휴직 중인 부모들은 휴직기간 중 겸직 금지 조항이 있어서 직접적인 경제활동을 하진 못한다. 다만,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재테크를 시도하기도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주식, 채권, 경매, 부동산, 코인 등의 재테크에 관한 수십 권의 책을 읽고, 공부하고, 직접 투자하면서 몇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첫 번째로 깨달은 점은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들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절대로 그들처럼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100명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한다고 치자. 연속으로 7번을 이겨야 1등을 할 수 있다. 1등을 차지한 이의 전략대로 한다면, 나도 1등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상당 부분 운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재테크 책이나 유튜브로 성공을 파는 사람들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단지 내 주머니 속 수강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재테크로 성공해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내가 사준 책과 강의료로 부자가 된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괜히 허튼 곳에 돈 쓸 필요가 없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는 부의 기준이 너무 높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남과 비교하는 문화가 이를 더 부채질한다. SNS를 봐도 남들은 다 행복한 것 같고, 모두 부자인 것 같다. 작은 화면 속 화려한 이미지는 그들이 가장 좋았을 때, 때론 만들어진 상황일 수도 있는데, 마치 그것이 그들 삶의 전부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육아 분야나 재테크 분야는 더 심하다. 나는 왜 저 사람들처럼 아이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가, 나는 왜 저 사람들처럼 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말 그대로 자존감이 팍팍 떨어지는 것이다.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는 “자신을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마라. 그것은 자신을 모욕하는 행동이다”라고 했고, 축구 명장 알렉스 퍼거슨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했다. 남과 비교하는 일은 일부 자극을 받을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독이다. SNS를 끊고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자. 그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다.


세 번째로, 절대적으로 좋은 투자처는 없다는 사실이다. 무슨무슨 상품이 좋다는 것도 한때이고, 어떤 재테크가 좋다는 것도 한때다. 불나방처럼 유행을 좇아 투자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운이 좋아 돈을 벌었다고 해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에서 몇 가지 변치 않는 진리는 있다. 시장에 유통되는 돈은 줄지 않는다는 점, 물가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 저축으로는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점, 감당 가능한 리스크는 기회라는 점, 꾸준한 수입은 삶을 안정시킨다는 점, 실거주 한 채는 진리라는 점 등이 그것이다.


네 번째로, 실력보단 운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앞서 가위바위보를 예로 들었지만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성공 사례들이 너무도 많다. 그저 부동산에 투자했을 뿐인데 집값이 갑자기 미친 듯 오르거나 그저 주식에 투자를 시작했을 뿐인데 저금리와 유동성 덕분에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그런 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다만, 운도 내가 노력하고 시도해야 찾아온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깨달은 것은 재테크보다 중요하며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절약이라는 사실이다. 육아휴직 중에는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절약을 통해 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절약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해야 할 일은 예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예산 계획이라고 거창한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 지출되는 항목 중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구분하는 것이 예산 계획의 시작이다. 그래야 어떤 부분을 절약할 수 있는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식비를 줄이는 것이다. 식비는 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이 부분을 절약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충동구매를 줄이기 위해 계획적으로 장을 본다거나 자주 사용하는 음식 재료는 대량구매로 산다거나 제철 음식 재료를 주로 구매하여 저렴한 가격에 사거나 냉장고 안에 남아 있는 음식을 먼저 먹고 외식을 줄이면서 식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꽉꽉 눌러 담아 버리기, 다 쓴 세제통에 물 한 번 넣어 흔들어 쓰기 등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절약법이다.


특히 육아용품은 아이 성장 속도에 맞춰 쓰임새가 금방 변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아기 옷이나 장난감은 사용기간이 짧은 만큼 중고거래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친구나 이웃과 아기용품을 공유하는 방법도 있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난감 대여 같은 것도 활용해볼 만하다. 가족과 함께 도서관이나 공원에 가는 횟수를 늘려 불필요한 여가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OTT나 통신비 요금을 절감함으로써 지출을 줄일 수도 있다. 공유 자전거를 활용해서 교통비를 절약하는 수도 있다. 찾아보면 절약할 것이 참 많다.


때로 우리는 절약하고 아낀다고 하면 빈곤하다, 좀스럽다, 쪼잔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일이 아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근면 절약이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되고, 근면 절약하면 모든 것이 된다”라고 했고, 새뮤얼 존슨은 “절약 없이는 아무도 부자가 될 수 없고, 절약하면 웬만해서는 가난해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재테크 관점에서 보면 절약은 리스크 없는 승률 높은 게임이다. 금전적 수입만이 가정 경제를 이끄는 요소가 아님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재테크에 신경을 쓰다 보면 거기에 집중해서 가족에게 소홀히 할 수도 있는데, 절약이야말로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특히 육아휴직자들에게 절약은 여러 재테크 방법 중 최고의 방법이다.

재테크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적 자유다. 경제적 자유는 모두가 꿈꾼다. 나 또한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아이와 아내에게 정성을 다할 시간이다. 적극적인 재테크보다 절약을 통해 주어진 예산 안에서 가정 경제를 꾸려나가야 할 시간이다. ​


그래서 오늘도 우리 집은 외식 대신 냉장고 파먹기를 할 예정이다. 분명 맛있는 식사가 될 것이고,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본 연재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격주로 발행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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