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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은 Oct 22. 2023

생업이 아닌 생존업이 되지 않기를

목구멍은 포도청 삶구멍은 정체성

일을 빼놓고 인간의 삶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즉 직업은 그 사람의 정체성, 존재의 의미를 말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한국 사회에서 직업은 계층을 나누는 잣대로 작용한다. 좋은 직업,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결혼시장에서 좋은 상품임이 그 증거이다. 그 만큼, 직업은 개인을 증명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직업을 생업이라고 하는데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을 하다보면 직업이 생업이 아닌 생존업으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정신을 흐트러뜨리고 온전한 정신을 붙잡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그런 나락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당장 생존을 위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나는 생존업이라고 명명한다.      

원하는 용의 세계. 누구에게나 회사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아는 번듯한 회사에 다니기를 욕망했지만 그 욕망이 나의 생업으로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던 나는 어느 순간 내가 일하고 있는 이 곳이 생업의 터가 아닌 생존업의 터라는 생각에 미치자 괴로움이 물밀 듯이 밀려 왔다.      


사람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경우에 이상적인 생업을 성취할 수 있다. 나는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한 동안 하지 않고 보람있는 직업과 일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고, 입사 동기들은 더큰 회사로 나아가 승승장구하고 연봉도 펄쩍펄쩍 뛰는데 나는 제자리 걸음만 맴맴 도는 것을 바라보자니 하루하루가 지옥이고, 아, 나는 지금 생업이 아닌 생존업의 터전 위에 내던져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괴로웠다.      


제2의 직업에 들어선 지금 이 순간에도 생존업의 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처음부터 생존을 위한 일의 본질적 성질을 이해했더라면 이렇게 무지한 채 직장생활을 이어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생존업이 아닌 생업으로서의 일의 가치와 보람을 찾으라는 이상적인 말은 전혀 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인간이 일을 하는 이유는 의식주를 해결하고 생존하기 위한 본질적 성질을 먼저 이해하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나가면서 하루하루 생존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생업으로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당신의 인생을 위해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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