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깨어나니 개강이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길 바랐던 그날이 오고 말았다.
개강 첫째 주.
방학 때 제대로 놀아보지도, 쉬어 보지도 못했던 나를 향해
개강은 가차 없이 현실을 들이닥쳤다.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단 말인가.
아쉽게도 이번학기부터 조교를 맡게 되어
아침부터 버스에 올랐다.
붐비는 버스 안에서 처음 맡는 조교라는 긴장감이
가슴을 짜증 나게 콩닥거리게 했다.
정말 하기 싫었지만 대학원생의 숙명은 피할 수 없었다.
강의실에 홀로 앉아 있는 나를 본 학부생들의 눈빛은
말하지 않아도 다 전해졌다.
'저 사람 뭐지?'
무표정 뒤에 숨은 의심이 온몸으로 꽂혔다.
출석 체크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조차 불안했다.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익숙함에 따른 반가움으로
내 표정이 밝아진 게 느껴졌다.
아침부터 내 커피를 챙겨주신 지도교수님 얼굴을 보자마자
조교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지고 말았지만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버티기로 했다.
차차 적응하면서 조교일에 능숙해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너 어차피 도망 못 가'
이때 당시 마음속으로 내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2시간 뒤 이번에는 내 대학원 수업.
사실 동기들만큼은 또 보고 싶지 않았지만
조교보다는 덜 낯설어서 조금은 나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니 어쩌면 불행하게도
그 누구도 휴학을 내지 않았다.
이들과 팀플을 한다니 저번 학기 때의 트라우마 스위치가 켜져서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반가움과 설렘은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지겨움과 두려움만이 공존하니
확실히 대학교 다닐 때의 동기들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
수업이 저녁 늦게 끝나는 바람에
밤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달이 뜨는 것을 보며 집에 가는 길이라
난 스스로가 더욱 비참하게 느껴졌다.
시간표 이따위로 만든 사람은 바로 나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가장 원망스러웠다.
이번 주는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다.
방학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이번 학기는 일주일에 2번 학교를 몰아서 가게 되었다.
만약 학교 가는 일이 적으면
그만큼 하루에 들어야 할 수업이 많다는 의미다.
좋게 생각하면 공강이 3일이라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투자할 수 있지만
그 말은 곧 2일 안에 수업과 연구, 조교 스트레스가 몰아친다는 뜻이었다.
개강이 두려운 모든 대학원생들에게
이번 주 제대로 버텼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조용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학기도 무사히 버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