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문자

22. 7년 전

by 수수

7년 전,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살인사건이 난 것 같다고 했다. 한 빌라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송재식은 '안면이 있으신 분입니까'부터 매뉴얼대로 물었다. 하지만 그 사이 한재인은 죽었다.

한재인은 최미소의 남편으로 한경수 장인의 아들이기도 했다. 최미소는 작은 가구회사 딸이었고 시아버지인 한경수 장인과의 콜라보 기회들로 인해 가구회사는 더 커질 수 있었다. 그에 따라 미소의 씀씀이는 늘어났다. 미소의 동생 미나는 5살 때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미나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믿으며 거기서부터 본인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회사 승계권을 빼앗길 것만 같았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그녀의 병세를 딱 한 명, 남편인 한재인만이 눈치를 채고 병원에 다녔지만 차도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김문수'라는 미소가 스스로 만든 인격으로 남편을 죽였다. 정신병 환자로 위장시켜 회사를 승계받는데 방해 요소를 만들고 있다는 이유였다. 세상에 둘도 없는 딱 하나뿐인 '달항아리'가 남편의 유명을 달리했고, 그 충격으로 한경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사건이 최미소와 송재식의 첫 인연이었다. 다중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점, 초범인 점 등의 이유로 살인미수 7년형을 선고받은 최미소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연쇄살인을 하고 다니는 악마가 되어버렸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피해자들의 성별을 헷갈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너구나? 내가 한재인 죽였을 때 신고전화 버벅거리며 받은 사람? 푸하하."


송재식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최미소를 바라봤다. 최미소의 웃음이 멈춰갈 때쯤, 송재식은 최미소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살인은 김문수가 한 거야?"


"김문수? 김문수가 누군데?"


최미소는 송재식을 손바닥에 놓고 갖고 놀고 있었다. 송재식은 최미소를 도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화를 삭일 뿐이었다.


현재 최미소는 김문수가 본 정체성이며, 최미소는 그 윗단계에 신격화된 인물이었다. 본인을 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있었고, 그 밑에 김문수를 필두로 하수인들을 둔 셈이다.


송재식은 7년 전 일을 생각하며 '쩝' 소리를 냈다.


"아까 김문수가 그러더군. 한재인을 안다고."


"한재인? 죽었잖아? 병원에서 의료과실로."


"그래, 그래서 네가 7년형을 받았지. 김문수 덕분에."


"김문수 덕이 아니라 내가 한 거야. 내가 시켜서 김문수가 한 거라고."


살인을 자랑처럼 늘어놓는 최미소는 한 명 한 명 왜 죽였는지에 대해 자백을 했다. 그리고 말미엔 송재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수안대로 72-4 501호."


송재식은 당황한 듯이 눈이 커지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내 모른 척했다. 여기서 표정관리를 못하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꼬맹이 중3 됐더라? 학군지로 이사 가고 싶지 않아? 그리고 언제까지 기러기로 살 거야?"


송재식의 가족이 살고 있는 주택 주소였고, 7년 전에도 조사 과정에서 최미소는 송재식의 주소를 알고 있었다. 그때는 곧바로 이사를 갔었다.


"그래서 뭐? 최미소,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나? 또 DID라고 뻥쳐서 10년 미만형 받고 너네 집 박살 내는 거."


최미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유리창을 훑어보았다. 의사는 그런 모습까지도 차트에 바쁘게 적어 내려갔고, 최미소는 계속해서 본인이 DID라는 뉘앙스로 조사를 받았다.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송재식의 한 마디에 입꼬리가 멎었다.



“너 아직도 한경수랑 최미나가 따라다니지?”


그 순간, 조사실 공기는 조용히 무너졌다.


"그게 죄책감이라는 거야."


유리창 너머 의사의 손이 멈췄다. 펜 끝이 공중에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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