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문자

19. 살인사건

by 수수

띵동.


"안에 아무도 안 계십니까?"


문수는 회피하지 않기로 했다. 침실에서 이불을 갖고 나와 대충 최미나의 사체를 덮은 다음 빨래더미를 그 위에 더 놓았다. 제법 그럴싸한 빨래더미가 되었다.


"잠시만요. 제가 하던 일이 있어서요."


인터폰 통화버튼을 누르고 잠시 시간을 벌었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여기저기 국물을 떨어트렸다. 속을 리가 있겠냐만은 문수에게는 이게 최선이었다. 불투명한 현관 중문을 열고 다시 닫았다. 조용히 숨을 내뱉으며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지는 않지만 적어도 방금 살인을 저질렀다는 표정은 짓지 않았다. 드디어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공무원증. '송재식'이라고 쓰여 있었다. 문수의 얼굴을 본 송재식의 눈에 아주 짧은 순간 경계심이 번졌다. 알아본 듯했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았다. 기억하고 있지만 모른 척하는 눈빛. 문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걸 느꼈다.


"실종신고가 들어왔어요. 최미나 님이라고 아십니까?"


"알긴 알죠. 초등학교 동창이긴 해요. 근데 찾는 분이 걔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 오피스텔로 들어온 게 CCTV에 찍힌 것 지금 확인하고 왔습니다. 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도 복도 CCTV를 통해 확인했고요. 알고 계시는 최미나 씨가 저희가 찾는 최미나 씨 맞는 것 같은데, 잠시 집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중문을 열자 온 집안에서 김치냄새가 났다. 혼자 사는 남자처럼 주말에 몰아서 빨래하는 듯한 빨래더미와 여기저기 떨어진 김치 국물, 그리고 송재식 눈에 들어온 최미나의 신발.


ChatGPT Image 2025년 7월 10일 오전 06_56_53.png


"누가 계신가 봐요?"


"여자친구 거예요. 저희 집에 벗어두고 다녀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재훈 씨는 여자친구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재훈? 이 오피스텔 주인 이름이 이재훈이었던가? 얼핏 부동산에서 이 집에 방문약속을 잡을 때, 들었던 이름은 '재훈'이 아니었다.


"말씀하신 분은 집주인 분이실 거예요, 저는 잠시 여기 월세로 살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말한 것과 똑같이 해명한 문수는 함정수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문수의 뒤통수에 꽂혔다.


"죄송하지만 신분증 좀 볼 수 있을까요?"


김성진의 주민등록증을 송재식에게 넘긴 문수는 송재식의 눈치를 살폈다. 지난번에도 봤고, 아직 잊어버릴 시기는 아니지만 뚫어져라 김성진의 주민등록증을 보는 송재식이 불안했다.


"최미나 씨가 들어온 흔적은 있는데, 어디 계시죠?"


송재식 옆에서 수첩에 무언가 적기만 하던 다른 형사가 문수에게 물었다.


"안방 화장실 갔어요. 나오라고 할까요?"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수사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재식은 신분증을 다시 문수에게 건넸고, 빨래더미를 유심히 쳐다봤다. 그리고 엎어져 있는 달항아리를 한번 훑어보더니 이내 문수의 공간에서 나갔다.

문수는 현관문에 귀를 대고 이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엿들었다.


"살인사건으로 전환해."


송재식의 목소리였다.


"직접증거가 없는데요?"


"직감이야, 인마. 형사 직감."


둘의 대화는 점점 멀어져 갔다.

더 이상 둘의 대화가 들리지 않을 때가 되자 최미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빨래더미와 이불을 치우고 최미나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빼냈다.


[최미소] 세 글자가 떠 있었다.

문수는 최미소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미나 핸드폰 아니에요?"


"나야."


"이상하다. 미나 지금 어디 있어요? 그리고 누구세요?"


"최미소,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했어."


"누구시냐니까요? 이상한 사람이야."


전화는 끊겼다. 여전히 최미소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않고 상황의 결과만 알고 싶어 했다.

방금 최미나를 죽인 건, 최미소가 시켜서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최미소의 제안대로 최미나를 없앴다.

최미나는 눈을 뜨고 있었다. 문수는 그런 최미나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안엔 생명도, 분노도, 경멸도 남지 않은 채였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 속에서 무슨 생각이 오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시골의 밤은 깊었고, 개구리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문수는 김성진의 얼굴로 살인의 업보를 또 쌓았다. 이 기가 막힌 현실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최미나의 사체 옆에서 가만히 허공을 쳐다보던 문수는 최미나의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얼마 가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자네로군. 전화할 줄 알았어. 미나 핸드폰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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