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두 번째 만남
다음날, 두 번째 조사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문수가 김성진의 핸드폰을 들고 조사를 받았다. 언제 최미소에게서 전화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최미소에게 연락할 수 있겠어요?"
송재식이 물었다.
그러나 여전히 문수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송재식은 다시 한번 물었다.
"김성진 씨, 최미소와 무슨 관계예요?"
자신을 김성진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아직 김문수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김성진으로 살인하고 김성진으로 이 모든 걸 저지른 것이다. 그렇게 이번 연극은 이끌어가자. 비록 어제는 김문수라고 불렸지만, 경찰이 실수했구나 생각하며 말이다.
"예전에 만났던 관계예요. 지금은 아니고요."
"언제부터 만났고, 언제 헤어졌어요?"
"9년 전부터 만났고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미소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요."
송재식의 노트북과 조사실 유리창 건너편의 의사의 손이 빨라졌다. 무언가를 재빠르게 적어 내려가지만 문수를 바라보는 냉철한 눈빛은 잊지 않았다.
"김성진 씨, 그러면 김금자 씨는 왜 죽이셨어요?"
문수는 다시 한번 함묵했다. 그냥 그 집에서 살고 싶었던 거라고 말하기 자존심 상했다. 난 김성진인데. 내 나이 또래 중에 가장 돈 잘 버는 김성진인데 말이다.
"그럼, 그날 있었던 일을 문수 씨 입장에서 말해볼 수 있을까요?"
"전 김성진인데요. 문수가 누구예요?"
송재식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한 증거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요리조리 인격을 바꿔대는 김문수 때문에 김금자를 어떤 인격이 죽인 건지 자백을 받아내기에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잠시만 쉬어갈까요, 문수 씨. 마실 거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문수의 인격이 돌아온 듯했다. 송재식은 그 상태 그대로 '그래요, 그럼'하며 일상대화를 이어갔다. 자신이 기러기 아빠인 것과 자신이 실수해서 민간인이 죽었다는 것도 그대로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문수는 그 사건이 어렴풋이 머리에서 그려지는 것 같았다. 마치 그 사건을 목격한 것처럼 점점 생생해졌다.
"그 민간인 남자죠."
"네. 제가 그때 판단을 잘못했어요. 그냥 신고받고 바로 출동했으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텐데. 매뉴얼 지킨다고 참...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다가 돌아가신 터라 살인미수가 됐어요. 누가 봐도 살인이었는데 말이죠."
"그 남자 이름... 한재인... 저 그 남자 아는 것 같아요."
송재식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문수를 바라봤다. 자세를 고쳐 앉아 문수를 향해 바짝 기대앉은 채로 문수에게 물었다.
"왜 죽였어요?"
"누구를요?"
"그냥 다."
문수는 다시 고개를 푹 숙여 입을 다물다가, 1분 정도 후에 고개를 들며 특유의 입꼬리를 올리는 표정과 함께 입을 뗐다.
"내가 회사 승계받는 걸 방해하잖아요."
송재식은 긴장했다. 유리창 너머의 흰가운을 입은 의사도 긴장했다.
드디어 최미소가 나타난 것이다.
"누가 방해하나요?"
"전부 다. 방해되는 인간들. 다 죽였어요. 아니, 다 죽이라고 시켰어요. 문수한테."
"당신은 최미소입니까?"
"하하하."
수갑을 찬 채로 입을 가리고 깔깔거리고 웃는 최미소는 눈물을 닦으며 계속 웃어댔다. '아, 너무 웃겨. 너무 재밌어.'라는 말만 반복하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그걸 왜 말해야 하는데요, 형사님? 지금은 김문수 차례예요. 멍청하고 순진한 김문수."
대답은 김문수라고 했지만 행동과 표정, 말투가 모두 최미소였다. 송재식은 책상을 주먹으로 쾅. 한대 치며 최미소를 진정시켰고, 다시 한번 물었다.
"당신은 최미소입니까?"
"김문수라니까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정색하며 송재식을 바라보는 문수의 표정은 최미소 그 자체였다. 송재식은 눈을 질끈 감고 7년 전이 생각났다. 그때와 똑같았다. 그리고 경찰 인생에서 최미소를 두 번이나 마주할 줄 몰랐다. 숨을 한번 고르고 다시 한번 물었다.
"최미소. 나 기억 못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