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문자

18. 출연자

by 수수

"아니, 들어가진 않을 거야. 여기서 얘기하자."


문수는 '그러시든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여기까지 와서 안 들어오고 현관에서 얘길 하자니. 자신의 생각이 읽힌 건지 불안하기도 했다.


"뭘 얘기하고 싶은데?"


"한경수 선생님께서 달항아리 주셨지? 그거 나한테 줘."


"내가 왜? 그리고 여긴 어떻게 알았어?"


"그건 알 거 없고. 달항아리. 그것만 있으면 돼."


현관문의 말굽을 반쯤 걸어놓은 채로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간 문수는 소파에 앉았다. 소파가 1~2인용이다 보니 성인 남성이 앉으면 2인이 앉기엔 불편했다. 최미나는 어쩔 수 없이 서서 얘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고, 최미나의 시선은 소파 테이블에 있는 달항아리에만 꽂혀 있었다.


"나부터.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너 여기 있는 거 모르는 사람 없어. 특히, 최미소 입이 얼마나 가벼운 줄 알아? 이미 정재계 사람들은 다 알아. 김성진 죽은 거."


최미나의 이야기를 듣고 문수는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그럼 지금 자신을 일부러 수사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최미소가 뭐길래, 정재계가 조용할 정도야? 김성진이 누구길래 수사를 이딴 식으로 하는 거지?


"머릿속 복잡해진 거 알아. 근데 다 사실이야. 넌 최미소를 믿어? 회사 승계 때문에 우리 엄마를 죽도록 싫어했던 애야. 엄마가 최미소가 승계받는 걸 싫어했거든."


"그딴 건 관심 없어. 달항아리 여기 있는 건 한경수가 가르쳐줬어?"


"아니. 이때쯤이면 한경수 선생님이 너한테 뭔가 주셨을 거라 생각했어."


직감 하나로 여길 왔다고? 점쟁이 납셨군. 문수는 피식 웃었다. 재벌들은 왜 이렇게 미신을 잘 믿고, 직감을 믿을까. 왜 그 미신으로 세계평화는 지키지 않지? 문수는 허탈하게 웃었다.


"왜 웃어? 아무튼 그 달항아리 이거 맞지? 내가 가져갈게."


"안돼. 너 내 미끼 좀 해라."


문수는 연극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했다. 최미나, 이 무대 장치가 대단한 파급력을 불러올 것이라 믿었다. 최미나를 어찌 가지고 놀까, 어찌 가지고 놀아야 이 연극이 박수를 받을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너도 나 무시하냐? 너네 언니처럼?"


최미소보단 순하고, 최미소에게 무시받은 감정을 다 쏟아낼 수 있는 사람. 최미나. 문수는 그런 최미나가 스스로 연극에 출연해 주다니 답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말 듣지 않으면 너 여기서 죽여버릴 거야."


달항아리를 가져가려던 최미나의 손목을 낚아 벽으로 몰아붙이며 문수는 흥분한 눈빛과 말투로 최미나를 협박했다.


"퉤."


최미나는 문수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내가 쫄 거 같았어? 그 언니의 그 동생이란 말 몰라? 이거 놔."


"뭐 이런 미친 게 다 있어!"


문수는 얼굴에 묻은 최미나의 침을 닦고 최미나의 뺨을 때렸다.


"나 김성진이야. 너네 같은 목수 집안 따위가 백날 톱질만 하니 내가 얼마나 탑에 있는지 모르지?"


최미나는 방어를 할 수도 없을 만큼 문수가 옥방에서 맞았던 것처럼 맞았다. 미나의 뺨은 연달아 맞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제 말이 좀 통할까? 내 미끼해. 나 한경수 죽일 거거든."


아무런 대답 없이 집안에는 침묵만 흘렀다.

그리고 겨우 몸을 일으키는 최미나의 흐느낌만이 집안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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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최미소가 뭔데."


"최미소? 나에겐 신이야."


"신 같은 소리 하네... 넌 어차피 최미소한테 버려지면 죽어. 병신아."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죽고 싶냐?"


문수는 달항아리를 들어 최미나 머리 위로 가져갔다. 미소는 피로 범벅된 입술로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이 이렇게 죽을 거란 걸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한경수 미끼를 안 하시겠다? 사회에서 쓸모가 없으면 뒈져야지."


최미나의 출연 시간은 짧았다.

한경수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달항아리에 이마를 맞고 최미나는 조용히 무대에서 퇴장했다. 김문수가 연출한 최미나의 핏빛 연기는 길이길이 찬사 받을 연기로 기억되리라.


그때였다.

띵동.


"경찰입니다. 수사 협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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