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이에 앞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몸에 대한 이야기이다. 갑자기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면 ‘뭐야.. 변탠가?’ 할 수 있지만 다 이유가 있다. 일단 들어보시라.
내가 좋아하는 가장 이상적인 몸의 형태는 브루스 리(아뵤! 그 이소룡 맞다.)의 모습이다. 그는 몸집이 크지도 않으며, 알통이 아기 머리통만 해 차렷 자세를 도무지 할 수 없는 그런 류의 근육을 갖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육체를 볼 때마다 나는 인간의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강인함을 느낀다. 불필요한 요소 없이 하나하나 어디에 쓰이는지 알 것만 같은, 빵빵하게 부풀어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는 그 근육들. 그의 몸을 볼 때는 요즘 사람들이 찍는 바디 프로필 보다 더한 감동이 있다. ‘이게 진짜다!’ 하는 생각이 든다. 강인한 몸에서 강인한 정신이 나온다는 건 그의 눈빛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어쩌면 내가 운동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처럼 강인한 인간이 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내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그런 힘이 나는 필요하다! ' 내가 걷고 싶고 뛰고 싶을 때, 무너질 것 같아도 바로 서야 할 때 나를 지탱할 수 있는 그런 몸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강인한 육체를 갖고 싶다! 그렇다. 나는 이런 로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로망과는 별개로 나의 몸은 도무지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 말랑말랑함 그 자체이며, 균형 잡히기보다는 어딘가 굽어있거나 중심이 안 잡혀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의 이상과는 꽤 거리가 멀었다. 구기 종목을 할 때는 도무지 손과 발의 균형이 안 맞았으며, 춤을 출 때도 어딘가 모르게 바람 빠진 풍선 같고, 발레나 요가를 할 때는 90도 이상 몸이 열리지가 않았다. 이런 나의 몸을 원망하며 숨쉬기 운동만 해 온 지 어언 20여 년.. 이제는 건강상의 목적을 이유로 운동을 해야만 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운동은 나에게 정말 정말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린 거다.
정말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해야 했던 또 다른 이유는 ‘몸매 관리’이기도 했다. 직각 어깨, 일자 복근, 탄력 있는 하체(현대인으로서는 반드시 갖춰야 하는)를 갖고 싶어서. 어렵고도 험난한 길이었다. ‘아 왜 근육이 안 생기는 거야?’, ‘유튜브엔 몸짱이 넘쳐나는데 왜 난?' 같은 류의 좌절만 계속되고 의욕은 더 떨어져만 갔다. 날씬한 몸매를 갖지 못하면 패배감마저 드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압박감에 시달리다 깨달은 것. 나는 어떻게든 세상이 정한 틀에 내 몸을 끼워 맞추려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선 일단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뚱뚱한지 날씬한지 이런 기준을 제외하고 바라본 내 몸은 좀.. 틀어져있었다. 이유는 오래된 습관. 교정이 필요해 보였다.
몸이 틀어지는 이유는 한 방향으로만 몸을 계속 쓰고 있다는 의미이고, 교정을 한다는 것은 그와 반대로 몸을 써 주면 되는 게 아닐까? 앞으로 굽어있는 어깨를 뒤로 펴 주고, 구부려진 손가락을 뒤로 펴 주고, 하루 종일 앉아 일하느라 쪼그라든 다리를 펴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내 몸이 진짜로 무엇이 필요한지는 모르고 살았던 건 아닐까. 매번 같은 일만 해야 하고 같은 곳만 바라봐야 하는, 긴장하고 쪼그라들어 지쳐 있을 내 몸을 시원하게 펴 주는 것이 내가 진짜로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의 새해 목표는 강인한 육체나 아름다운 육체를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내 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그것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개미허리, 일자 복근, 탄력 있는 몸매와는 조금 멀어질 수도 있지만.. 괜찮다. 조금(?), 조금 멀~리 둘러간다고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