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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Jan 01. 2024

강박감에서 해방되기_나에게 운동이란

새해, 운동할 결심

운동: [명사]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이에 앞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몸에 대한 이야기이다. 갑자기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면 ‘뭐야.. 변탠가?’ 할 수 있지만 다 이유가 있다. 일단 들어보시라.


 내가 좋아하는 가장 이상적인 몸의 형태는 브루스 리(아뵤! 그 이소룡 맞다.)의 모습이다. 그는 몸집이 크지도 않으며, 알통이 아기 머리통만 해 차렷 자세를 도무지 할 수 없는 그런 류의 근육을 갖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육체를 볼 때마다 나는 인간의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강인함을 느낀다. 불필요한 요소 없이 하나하나 어디에 쓰이는지 알  것만 같은, 빵빵하게 부풀어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는 그 근육들. 그의 몸을 볼 때는 요즘 사람들이 찍는 바디 프로필 보다 더한 감동이 있다. ‘이게 진짜다!’ 하는 생각이 든다. 강인한 몸에서 강인한 정신이 나온다는 건 그의 눈빛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어쩌면 내가 운동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처럼 강인한 인간이 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내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그런 힘이 나는 필요하다! ' 내가 걷고 싶고 뛰고 싶을 때, 무너질 것 같아도 바로 서야 할 때 나를 지탱할 수 있는 그런 몸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강인한 육체를 갖고 싶다! 그렇다. 나는 이런 로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로망과는 별개로 나의 몸은 도무지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 말랑말랑함 그 자체이며, 균형 잡히기보다는 어딘가 굽어있거나 중심이 안 잡혀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의 이상과는 꽤 거리가 멀었다. 구기 종목을 할 때는 도무지 손과 발의 균형이 안 맞았으며, 춤을 출 때도 어딘가 모르게 바람 빠진 풍선 같고, 발레나 요가를 할 때는 90도 이상 몸이 열리지가 않았다. 이런 나의 몸을 원망하며 숨쉬기 운동만 해 온 지 어언 20여 년.. 이제는 건강상의 목적을 이유로 운동을 해야만 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운동은 나에게 정말 정말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린 거다.


 정말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해야 했던 또 다른 이유는 ‘몸매 관리’이기도 했다. 직각 어깨, 일자 복근, 탄력 있는 하체(현대인으로서는 반드시 갖춰야 하는)를 갖고 싶어서. 어렵고도 험난한 길이었다. ‘아 왜 근육이 안 생기는 거야?’, ‘유튜브엔 몸짱이 넘쳐나는데 왜 난?' 같은 류의 좌절만 계속되고 의욕은 더 떨어져만 갔다. 날씬한 몸매를 갖지 못하면 패배감마저 드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압박감에 시달리다 깨달은 것. 나는 어떻게든 세상이 정한 틀에 내 몸을 끼워 맞추려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선 일단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뚱뚱한지 날씬한지 이런 기준을 제외하고 바라본 내 몸은 좀.. 틀어져있었다. 이유는 오래된 습관. 교정이 필요해 보였다.


몸이 틀어지는 이유는 한 방향으로만 몸을 계속 쓰고 있다는 의미이고, 교정을 한다는 것은 그와 반대로 몸을 주면 되는 게 아닐까? 앞으로 굽어있는 어깨를 뒤로 펴 주고, 구부려진 손가락을 뒤로 펴 주고, 하루 종일 앉아 일하느라 쪼그라든 다리를 펴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내 몸이 진짜로 무엇이 필요한지는 모르고 살았던 건 아닐까. 매번 같은 일만 해야 하고 같은 곳만 바라봐야 하는, 긴장하고 쪼그라들어 지쳐 있을 내 몸을 시원하게 펴 주는 것이 내가 진짜로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의 새해 목표는 강인한 육체나 아름다운 육체를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그것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개미허리, 일자 복근, 탄력 있는 몸매와는 조금 멀어질 수도 있지만.. 괜찮다. 조금(?), 조금 멀~리 둘러간다고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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