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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Jun 24. 2024

예민함에서 해방되기


1. 예민함에 대하여

 [예민함]이라는 주제에 대해 세상은 이분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첫 번째, "좋은 게 좋은 거지. 뭘 그래?" 그리고 두 번째,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너 나 무시하냐?"

 내가 보기에 세상은 이 두 갈래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내가 한 행동은 너그러이 이해받아야 하지만 남들이 나에게 잘못하는 것은 두 눈을 치켜뜨고 찾아내고야 마는 세상.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제일가는 예민 보스는 나다. 무례한 말은 싫어고 이기적인 행동은 미워하는 나는 작고 큰 일 모든 것에 반응하고야 만다.

 그러나 나 미정, 이런 예민함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잘 숨기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날더러 성격 좋고 무던하다고 한다. 심지어 순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봤다(헐!) 그건 사람들이 내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파괴지왕을 모르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몽둥이 찜질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을 때 난 내 안의 파괴지왕의 존재를 알았다.



2. 신경 끄기의 기술

 나의  예민함은 세상을 온전히 믿거나 좋아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 나에게 세상 사람들은 불편한 구석이 있다. 너무 시끄럽고, 너무 예의 없고, 너무 이기적이고 또 너무 못됐다. 하지만 책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저자는 말한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엉망진창인 거라고. 그러니 신경 끄라고.  

 그리고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하! 세상도 나도 원래 엉망진창인 거구나. 뉴스를 보며, 텔레비전을 보며, 길거리를 보며, 사람들을 보며 끓어오르던 머리가 한 김 식혀지는 듯했다.



3. 예민한 건 나쁘기만 한 걸까?

 그럼 세상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니 우리는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까? 아니다. 머리를 한 김 식히되 불편한 건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그것이 나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려고 할 때는 더더욱. "좋은 게 좋은 거지. 뭘 그래?"라고 넘어가면 안 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지 않아야 할 때 바로 예민러(예민+er)들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예민한 건 섬세하다는 뜻이다.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사람들이 놓치는 것들도 예민러들은 발견하고야 만다. 그리고 이야기하고야 만다. 그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가짜 예민러들이 자기감정이 상하는 것에만 치중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너 나 무시하냐?" 같은 소리를 할 때 프로 예민러들은 절대 져버리면 안 되는 마지막 가치를 수호한다.



4. 나, 그냥 예민할래!

 그래서 나는 그냥 예민하려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무던하려고 한다. 예민함과 무던함 그 사이에서 줄타기의 기술을 익혀 보겠다. 나의 정신건강을 지키며 덜 중요한 것에는 신경을 끄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져버릴 수 없는 나의 신념을 위해 더 중요한 것에 신경을 켜는- 나는야 프로 예민러가 되고 싶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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