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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Apr 15. 2024

지루함에서 해방되기_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면

둘 중 하나입니다.

 욕구불만이거나, 인정불만이거나.

 저는 어느 쪽일까요? 일단 저의 노잼일상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 아침 먹는다.

2. 출근한다.

3. 일한다.

4. 퇴근한다.

5. 저녁 먹는다.

6. 헬스장 간다.

7. 지쳐 잠든다.


 저의 일상은 위 일곱 단계의 반복이랍니다. 아, 물론 6번은 생략할 때도 있습니다. 2, 3번을 생략하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예전에는 노잼일상을 부끄러워하기도 했었어요. SNS나 블로그만 봐도 그렇잖아요. 오늘은 어디 맛집을 갔고, 어떤 전시회를 갔고, 무엇을 먹고, 또 어떤 핫플레이스를 갔는지. 사람들의 일상은 너무나 다채로운데 나의 일상은 너무 단조로워 보잘것없다 느낀 적이 많았지요.


 그래서 저도 주말에는 각종 전시회나 공연을 보러 다니고 평일 퇴근 후에는 핫플레이스에 가서 사람들로 가득 찬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죠. 하지만 지금 저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요즘의 일상은 딱히 즐길 거리도, 새로운 것도 없고 누군가가 부러워하거나 본받고 싶어 하진 않을 것 같아요.


 저는 혼자 노는 걸 유독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 혼자서도 잘 노는 척만 했지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쓸쓸하게 보지는 않을까 신경도 쓴 적이 많았지요. 혼자 카페를 가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어려웠는데, 영화관은 또 괜찮았던 걸 보면 주변에 사람이 없어 보이는 게 싫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관은 깜깜해서 아무도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 뵈지도 않잖아요!


 영화관이 아닌 장소에서는 혼자 있을 때 괜히 바쁜 척 카톡 하는 척도 하고, 통화라도 하고 싶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산책도, 운동도 못했는데 이런 제가 요즘은 좀 바뀌었네요. 혼자 도서관 가는 게 그렇게 재밌더만요? 도서관은 혼자만의 세계가 펼쳐지더라고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책과 나 둘만의 시간이요. 도서관에서는 다들 손에 들고 있는 책과 짝짜꿍 하기 바쁘고 남들에게는 관심도 없어요. 그게 참 좋아요.


 헬스장도 같은 이유로 요즘 좀 친해지고 있답니다. 혼자서 집 밖을 나가는 거 정말 싫어했는데, 헬스장에도 다들 묵언 운동 중이더라고요. 모두 거울 속 나 자신과의 싸움 중. 그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운동복을 갈아입고 헬스장에 가는 건 힘들지만 나를 조금이라도 위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거기는 다 그런 사람들만 모였더라고요.


 최근에 읽은 존 버거의 <어떤 그림>이라는 책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어요. 인간은 '몸이라는 경계 안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극복하려고' 애쓴다는 말이었어요. 돌이켜보면 이 몸뚱이(신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님)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평생을 신경 쓰여하며 살아왔네요. 요즘은 남들이 날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떻게 정의 내리는지를 이제 좀 덜 신경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지내고 있어요.


<어떤 그림>, 출판사 열화당


 그래서인지 노잼 일상을 반복하고 있지만 지루함 속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으니까요. 이걸 바탕으로 한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정신의 인간도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우리 모두 노잼일상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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