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6.
나는 요즘 그에게서 다른 향기를 느낀다.
꽤나 만난 기간이 길어 졌음에도 불구 처음 보는 것 같은 의아한 모습에서 내가 아는 그가 아닌 거 같은 향기를 느낀다.
이 날도 그런 날이었다. 내가 알던 그에게서 나는 향기가 아닌 다른 향기를 느낀 날.
우리는 부대찌개를 먹고 있었다. 점저로 먹는 부대찌개의 맛은 나쁘지 않았다.
자주 먹던 음식은 아니다. 이유라 하면 그냥 내가 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부대찌개는 밥이랑 먹어야 되니까 그래서 자주 먹던 음식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본인의 밥을 거의 다 먹고, 아직 많이 남아있는 내 밥으로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휘저었다. 나는 밥그릇에 계속 부대찌개를 올려 먹었기 때문에 처음 받았던 하얀 쌀밥은 붉은 색으로 깨끗하지만은 않게 물들어 있었고, 라면이나 햄 등의 먹은 흔적들이 충분히 남겨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 밥그릇에 담긴 밥을 숙숙 휘저으며 옥수수를 골라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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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둘 다 깔끔 떠는 스타일이다. 나도 한 깔끔 떤다고 생각하면서 삶을 살아왔는데, 이건 뭐 나보다 더한 남자를 만났다.
결벽증은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가 나보다 좀 더 가깝다. 정말 훨씬 심하다.
그렇다고 그런 모습이 싫은 건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더 좋다. ‘더러운 것보다는 낫지’라는 생각으로 그의 결벽증 같은 깔끔 떠는 모습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뭐 결국 나도 그러고 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행동의 의아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이게 왜 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아?’ 하며 심적으로는 고개가 자꾸 왼쪽으로 까닥거려지는 의아한 행동인 건 맞다.
영화관에서 먹는 콜라 빨대도 철저하게 따로 쓰는 우리인데,
어느 순간부터 빨대는 2개여도 어떤 빨대가 내 거인지 헷갈리기 시작했고, 저번에는 내 입에 있던 우엉을 자연스럽게 먹지 않나, 이번에는 부대찌개로 이미 더럽혀진(?) 내 밥에 있는 옥수수를 골라 먹지를 않나!
“뭐해!”
“다 먹었다매”
“아니 그건 그런데…”
지금 그걸 물어본 게 아니라 왜 내가 봐도 네가 너무 싫어할 거 같은, 이건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서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지를 물어보는 거야. 라는 말은 내 뇌를 타고 내려와 입 안에서만 맴돌았다.
묘했다.
아무렇지 않게 내가 알고 있는 ‘그’라면 정말 절대 하지 않았을 법한 행동을 나에게 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뭐라고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묘했다’ 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내 심정인 것 같다.
한 깔끔 하다며 살아온 나보다도 더한 깔끔 떠는 그가.
빨대도 함부로 같이 사용하지 않았던 그가.
평상시에 문도 손으로 잘 잡지 않는 그가.
자기 손은 물론 내 손 씻는 것까지 참견하던 그가.
손 씻을 때 무조건 비누로 씻어야 된다며 호들갑 떨던 그가.
뭔가 변했다.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