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4.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나는 여행도 좋아한다.
나에게 주는 포근함, 안락함, 시원함, 편안함, 거대함을 사랑한다.
나는 바다로 떠나는 여행이 참 좋다. 이번 강릉 여행은 그런 여행이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것들이 모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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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집 가자”
“우동집?”
강원도 강릉에서 우동집을 간다는 건 좀 의아했다. 왜 강원도 강릉 유명한 맛집이 우동집이었을까? 얼마나 맛있길래 강원도 강릉에서 우동집이 유명할까? 오픈 시간에 맞춰갔지만 예약 리스트는 길었다. 그래도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 같은 분위기에 우리는 이름을 적고 주변을 구경했다.
가게 바로 앞에는 새파란 너무나도 예쁜 누구나 생각하는 그 강원도 강릉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해변은 눈이 부셨다. 바다와 해변 옆에 만들어진 자연인 양 옆에 잘 붙어있는 산책로도 예뻤다.
돌에 부딪히며 깨지는 물결을 만들어내는 다이아몬드 같은 순간순간이 너무 좋았다. 자연을 위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가만히 밀려오는 바다를 바라만 봐도 너무 좋았던 순간을 보내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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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이 나왔다.
정확히는 일반 평상시에 먹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우동 1그릇, 붓가케라고 우동면 위에 소스를 부어 먹는 우동 1그릇, 그리고 바삭바삭 우동집이지만 꼭 시켜 먹어야 할 것 같았던 돈가스까지 나왔다.
다 맛있었다. 면발의 쫄깃함이 이 우동집 유명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열심히 국물도 먹고 면도 먹고 돈가스도 먹는 나를 보던 그가 말했다.
“우엉도 먹어봐, 너무 맛있다”
그제야 우동 국물 안에 빠져 푹 절여 있는 우엉이 보였다.
“나는 우엉으로 끓인 물, 국물은 좋아하는데 우엉 그 자체는 안 먹는데… 맛있어?”
“웅 다른 우엉과 달라! 맛있어!”
“그래?”
평상시라면 그런 그의 제안을 귀담아듣지도 않았겠지만 강원도 강릉 유명한 우동집 면발에 이미 취할 데로 취한 나는 우엉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한번, 두 번.
내가 알던 그 우엉이다.
우렸다고 해서 달라졌을까 혹여나 했던 내 생각이 틀렸다.
이미 왼쪽 어금니에 착 달라붙어있는 씹힌 우엉의 알싸한 향이 서서히 퍼져 나갔다. 입안 가득 찬 쓴 향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표정관리고 뭐고 곧 더 가득해질 우엉 향에 내 얼굴은 잔뜩 찌푸려졌다. 이마부터 코끝, 입술을 지나 턱 끝까지.
찌푸려진 나를 쳐다보던 그는 웃으면서 젓가락을 쑥 내밀었다. 입 안이였다. 갑자기 내 입 안 깊숙하게 들어온 그의 젓가락은 정확하게 적당히 부서져 어금니를 감싸고 있던 우엉을 향했다.
그리고 그 우엉은 바로 다른 입 속으로 들어갔다.
사라진 우엉에 스멀스멀 향이 제대로 피어오르기도 전에 사라지기 시작한 건 눈치채지도 못했다. ‘나는 맛있는데?’ 하면서 오물오물 씹고 있는 그의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게 밀려왔던 강릉의 바닷물, 내 몸을 휘감아준 강릉의 바람, 예뻤던 산책로와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쫄깃한 우동집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우엉과, 내 입으로 들어왔던 젓가락과 씹혔던 우엉도
잊지 못할 예쁜 그날의 기억.
쓰디쓴 우엉이 이렇게 설렐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