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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Jan 05. 2020

나와 너, 우리 사이 관계의 거리

ep45.

그리지_쓰니랑




‘징징’


2019년 12월 31일, 2020년 1월 1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과 한 해를 시작하는 날에

나는 그에게 ‘징징’ 댔다.


이틀 내내 하루 종일 징징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느끼기에 나는 징징댔다.


집에 와서까지 침대에 누워서까지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그래서 나는 카톡을 보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 들을라고 한 말들은 아닌데 뭔가 31일 1일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내가 욕심부린 거 같아.


너한테 뭘 바라는 건 아니야 정말로


너의 그런 모습들이 멋있다고 생각한 건 나일 테니까.


그리고 너 나이에 너의 상황에 네가 잘못하고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뭐 완전히 그렇다기보다는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던 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이야기한 것들은 그러려니 했던 부분들이 특수한 날에 섭섭함으로 느껴진 거 같아.


그래도 오늘 1일이었는데 내가 왜 그랬는지 참 너무 마음이 안 좋네. 이것도 1일이라는 특수성에서 느끼는 내 욕심인 거 같기도 하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오늘 내가 너한테 너무 안 좋은 말만 한 거 같아서 내가 여자 친구지만 그래도 누나인데 네가 이해해주길 욕심부린 거 같다 참


지금처럼만 해! 항상 멋있고 좋아 보여.


그리고 나는 그런 너를 좋아하고

네가 이런 나의 상황으로 인해서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올 한 해 너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


앞으로도 그러길 바라고

새해 복 많이 받고

원하는 일 다 이루길 바라고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길 바랄게♥”




이날 답은 바로 오지 않았다.

기다렸는지 안 기다렸는지 내 마음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거의 바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알람 소리를 끄려 폰을 확인한 나는 순간 ‘핑’ 눈물이 돌았다.

.

.

.

“그냥 네가 바라는 이상적인 연애랑 내가 하는 연애는 좀 괴리가 있는 것 같아.


사랑하는 것이란 게 누가 먼저 뭔가 하자 제안하거나, 그 사람과 하고 싶은 게 계속 넘친다던가, 그리고 얼마나 표현하는가. 이런 게 너의 연애에 있어 사랑받는 것이라 느끼니 말이야.


가끔 네가 ‘난 그래도 돼, 남자 친구는 그래야 돼’로 시작되는 내용이 내 가치관엔 좀 황당하기도 했어.


과거의 연애를 가져다 붙이기도 우습지만 난 그런 면에서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 없는 아이 같아. 더구나 싫증을 너무 잘 느끼는 나는 이성에게도 참 쉽게 마음을 거두었으니까.


어제 말했지. 우리가 벌써 햇수로 5년이 되었고 몇 년도의 연말과 연시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헷갈리게 될 정도로 연애로선 상당히 긴 시간을 함께 했다고


그럼에도 왜 너의 얼굴이 싫증 나지 않는지 왜 아직 너를 사랑하는지, 역시 연애는 내 이상형의 외모를 봐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그냥 너의 모든 면이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아 좋았어.

지하철 안에서 과자를 까먹고 실수로 밟은 발에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고, 내 생각엔 작은 실수인데 죽일 듯 째려보는 눈빛. 너무 웃겼어. 가끔 이게 뭐야?! 싶은 옷 조합으로 당황했어.


근데 저 멀리고 웃긴 걸음으로 나한테 다가오는 네가, 아무 꾸밈없이 갑자기 질끈 머리 묶는 모습이,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 너의 글이 너무 아름다웠어.


그리고 너랑 하면 뭐든 잘 될 것 같았어. 같이 글을 쓰는 것도. 사업도. 뭐도 말이지


근데 다 너무 부진한 것 같아.

고백하는 건데 사실 요즘 뭔가 막연하게 모든 게 하기 싫고 귀찮아질 때도 많고 손에 잡히질 않아.

그냥 이 정도인 사람인 건가 싶고 너무 슬퍼.

너와 함께하는 모든 게 잘 될 것 같았는데.

그게 이런 생각이 너와의 연애에도 옮아가는 건가 싶어서 너무 슬퍼.


사실 지금 이걸 쓰는 중에도 너무 불안해 이 글이 다일 까 봐.

이 글이 그냥 뭔가 마지막 전부 일까 봐.


햇수로 5년 너를 잡아온 게 내 사랑하는 마음이었지만. 이게 진짜 너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건가 싶어. 그냥 내 욕심에 붙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네가 말하는 ‘나하고 싶은 대로 해. 멋있어. 좋아 보여’라는 말. 들을 때마다 미안해. 사실 난 그 정도가 아닌데 네가 나를 예뻐해 주는 거 같아. 고마워.


너는 너 스스로가 불쌍해서 서운한걸 말 못 했다고 했잖아.

나는 오히려 그냥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 자체가 내가 사랑하는 네가, 네가 좋아하는 나라는 사람 입에서 나오는 게 싫었던 거 같아.

 

가만 글 쓰면서 생각해보면 모든 게 방금 말한 데서 시작된 건가 싶다.

널 앞에 두고 이야기했으면 아마 껴안고 질질 짰을 거다.


너를 사랑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것도 슬프지만 참 좋아. 참 이상한 마음이야.


내가 널 항상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새해 복 많이 많고 우리 같이 잘 되길 바라볼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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