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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Feb 04. 2020

그가 거울을 보는 방법

ep47.

그리지_쓰니랑



언제부터인가 무뎌진 12월이 지나고
이제야 연말 분위기가 느껴지는 1월의 한 페이지였다.

카페 한 구석에 세워진 전신 거울 앞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다 지워져 보이는 본연의 입술색이 더 예뻐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2019년인 거 같아
내가 2019년에는 뭐하고 한해를 보냈나
이런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다니까”

정말 그랬다. 1년의 마지막 달이 아닌 이미 해가 넘어가버린 1월 중순이 되어서야 지난 한 해 내 하루하루를 찬찬히 밟아보고 있으니.


“맞아 이번에는 정말 연말 분위기를 못 느꼈던 것 같아, 어디에서도”

내 바로 뒤에 서서 같이 거울을 보고 있던 그가 말했다.

‘지난해에는 예뻐보였는데’ 이제는 살짝 촌스럽다 여겨지는 톰보드 립스틱을 바르면서 속으로 읊조렸다.



“혼자 무슨 생각하는 거야”

깜짝 놀랐다. 내가 내 머리 속에서만 울렸던 생각의 목소리를 입 밖으로 꺼낸 걸까. 순간 의심했다.


“아니 너도 거울 보니까 빨리 비켜주려고 했지”

쓸데없이 변명하느니 얼른 대화의 주제를 넘기는 게 낫다 판단한 나는 내 뒤에 서서도 내 머리 위로 거울을 보고 있었던 그에게 뻘쭘한 목소리로 답했다.

전신 거울이었지만 한 쪽 구석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둘이 나란히 서서 보기에는 좁은 공간이었다. 재빠르게 립스틱을 다 바른 나는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움빠움빠하며 몸을 돌려 자리를 비키려했다.

그 때 그가 몸을 돌려 나가려는 나를 장난스럽게 막아섰다.

오른쪽으로 나가려다 막힌 나는 순간 바로 왼쪽으로 나가려 시도했다. 하지만 오른쪽 발을 옮겨 나갈 공간을 비켜주지 않는 그에게 다시금 막혔다.

웃음이 났다. 모르는 일인 것 마냥 아무렇지 않게 거울을 보며 이제는 꽤나 길어진 앞머리를 만지고 있는 그를 올려다봤다.


“이렇게 보면 돼?”

“응 내가 거울을 보는 방법이야”


사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냉소적인 눈빛으로 가을 햇볕처럼 따사로운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는 그를 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거울 앞에서 비키려던 마음을 접고 양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싸며 얼굴을 묻었다.

“그래 거울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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