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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Aug 14. 2019

그의 손에 껌 뱉기

ep43.

그리지_쓰니랑




목동에 위치한 한 스타벅스.


목동역~오목교역 사이에 있는 대로변을 중심으로 스타벅스가 4개쯤 있다.


아마 더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이 4개에 스타벅스는 정말 언제나 사람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날은 우리도 그 가득함에 한몫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하려고 하는 순간.

입 안에 있는 껌이 거슬렸다.


혼잣말을 잘하는 나는 누구한테 말한다의 느낌이 아닌 그냥 나 혼자서 중얼거리는 느낌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껌 뱉고 싶어.

(그런데 저기까지 가서 휴지 가져오기) 귀찮아"



이런 나를 보던 그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에휴 뱉어"



응?





"에휴 여기다가 뱉어.

내가 버리고 올게"


그러면서 내 입 앞에 손을 갖다 대며 내미는 그를 보고 정말 웃음이 빵 터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 귀찮은 표정과 목소리로 어린아이를 돌보는 듯한 표정과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전혀 기분 나쁜 느낌 없이, 오히려 사랑스러운 느낌이 가득 묻어나는 향기로 가득 차있었으니까!



너무 로맨틱했다.




'됐다고 내가 좀 있다 뱉을 거라며' 말하는 중간에도 웃음이 계속 터져 나왔다. 앜앜ㅋㅋ 거리며 계속 웃는 내 입 앞에서 계속 빨리 뱉으라는 손짓으로 손을 움직이던 그는 웃기만 하는 나를 보더니


귀찮다는 표정이지만 꼭 일부러 그런 표정을 지어 보이는 사람처럼 이상하게도 행복한 것만 같은 에너지를 뿜 뿜 내뿜으며 직접 휴지를 가지러 경쾌하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휴지를 가지러 가는 그의 뒷모습도 사랑스러운 오로라가 나오는 것만 같은 건 단순히 정말 내 기분 때문이었을까.


사랑 가득한 기운으로 무장한 그는 휴지를 가지고 와서 또 직접 내 입 앞에 대며 정말 너무너무 귀찮지만 자기가 꼭 해야 할 일인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말했다.


"뱉어 뱉어"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또다시 한번 크게 빵 터졌다.


내 귀에는 꼭 "오구오구 뱉어 여기에 뱉어 우쭈쭈"라고 들렸다.


'앜ㅋㅋ 됐다고 내가 뱉을게'라고 말하는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진짜 '네가 이렇게 해달라고 하니까 내가 이렇게 해준다'는 표정이지만 사실은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재밌다. 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결국 그의 손 위에 놓인 휴지에 나는 껌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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