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섞인 듯
빛바랜 미색 종이
그 종이를 펼치자
쾌쾌한 먼지가
윤슬처럼 허공에서 침몰한다.
종이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다.
모든 걸 잊어가는 노인이
옛사랑을 노래했나 보다.
노인이 잊어가는 이름들 중에서
마지막은 이 세 글자였기를...
그 이름을 부르는
물망초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친다.
사랑하는 이름들을 하나 둘 잊어가는 노인에게도 절대 잊고 싶지 않은 이름이 있을 테다.
어느새 쾌쾌한 먼지가 쌓인 빛바랜 종이에는 남김없이 적힌 한 사람의 이름이 있다.
노인에게 그 이름은 절대 잊기 싫은 세 글자, 만약 모든 걸 잊게 된다면 가장 마지막에 잊고 싶은 세 글자였을 것이다.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물망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