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일의 이야기 (2023.03.27.)
남편이 퇴사를 했다. 어떤 마음으로 퇴사를 했는지 나는 100% 헤아리지는 못한다. 남편도 내게 할 이야기와 하지 않아야 할 이야기를 구분해서 전달하니까 말이다. 나 또한, 회사에서 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매일 밤 야근에 주말에도 출근하고 3월 1일에도 출근을 했다. 10시나 11시 넘어서 퇴근하면 야식에 술을 먹고 잤고 매일 피곤해하기 일쑤였다. 나는 아주 안정 파라서 남편이 이미 한 번 결혼 직전에 이직을 했었기에 1년 정도는 버티다가 이직을 하길 원했었다. 그리고 이직의 방법도 회사를 다니면서 면접을 보다가 이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인생이 언제 계획대로 되던가.
잦은 야근과 회사에 일할 사람이 없는 것. 윗사람들의 무능함 등등. 어느 회사를 가나 이런 문제는 있다고 하지만 "어 그래 퇴사하자."라고 내가 남편에게 얘기한 건 바로 세 글자 때문이었다.
바로. 잠꼬대! 꿈도 생전 꾸지 않고 잠들었다 깨어나는 남편인데 먼저 잠드는 남편을 보고 있음 잠꼬대가 매일 회사 이야기였다. "취득세는 그건 그렇게~", "아니 그렇게 하지 말고 그거는~" 등등. 안쓰러웠다. 그리고 남편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공고를 하나 썼었고 면접에 갔던 적이 있어서 내가 건너보기엔 어느 정도 본인이 일하는 분야에 실무 능력은 있어 보였다. 그래서 퇴사하라고 했다.
17일이 지난 지금. 나는 나도 모르게 계속 남편을 재촉하고 있다. 3월 26일인 어제도 재촉을 했고 지난주에도 재촉을 했다. "연락 온 곳 없어?"라고 말이다. "오빠가 더 힘들겠지만~" 이란 쿠션을 깔면서 계속 물어봤는데 어제 퇴사한 언니를 만나고 반성했다. 한 달 정도 이상은 쉬게 두고 하라더라. 내가 재촉할 때마다 남편은 "믿어줘. 나 진짜 어디든 하나는 갈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데 안심이 되면서도 묘하게 어디 면접 본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속으론 끙끙대고 있는 나다ㅋㅋㅋ. 그 많던 공고들은 도대체 왜 남편을 봐주질 않는 걸까. 한 군데가 연락이 왔었지만 보수가 너무 적었다. 적게 시작할 순 없지!
남편이 퇴사를 한 지 17일째. 나는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꼭!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글로 표현하면 그래도 후련해지기는 하는 것 같다. 남편의 두 번째 이직을 축하하는 글을 쓰는 날이 얼른(아니지! 재촉 금지) 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