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4일의 이야기 (2023.05.23.)
20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사실, 많은 일이라기보다는 그냥 나의 심경 변화라고 하겠다. 그동안 역시나 면접 하나 본 사실은 없었고 늘 똑같았다. 가장 큰 일은 5월 17일에 일어났다. 나는 남편이 지원할 만한 공고를 여러 곳 찾아서 정리했고 이 내용을 저녁에 담담하게 전달하면서 내 마음 상태를 얘기하려고 했다. 그날 얘기하지 않으면 너무 답답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얘기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져서 눈물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눈물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계속 어떤 말을 할지 연습해서 그런 걸까. 담담하게 말이 줄줄 나왔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고 남편의 입장도 들었다. 대화를 한 날 밤에 남편은 나에게 물었다. "많이 걱정돼?"라며 말이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그동안 드는 생각도 다 말했다. 이제는 대비해야 할 때다. 결국 뭐든 대화가 중요했다. 조급한 나의 마음은 아무것도 도움 될 것이 없었다. 그냥 나는 나의 상황에서 소비를 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에게 고민은 세 가지가 있었는데 두 가지는 해결되었다. 시간이 지나니 해결되었고 또 해결되고 나서 보니 크게 걱정할 사항도 아니었다. 그 당시엔 왜 이렇게 고민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남편이 마음을 먹기에 따라 달려있고 이젠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문득문득 궁금한 마음이 생겨서 물어보면 대답해주긴 하지만 '면접'만큼 기대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심경의 변화 즉, 나를 놓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브런치 첫 번째 글이었나? 그 글의 댓글 내용도 있었고 결혼식을 올릴 때쯤 회사에서 오래된 남자분이 내게 메일을 하나 주셨었다. 갑자기 그게 떠오를 건 뭐람. 내용은 이랬다.
"돌이켜보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이 가득 차올랐던 시절이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식 준비 잘하시어 지금의 이 행복한 시간들이 먼 미래에 다시 되새김질만 해도 한없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아름다운 순간순간들 많이 많으십시오."
당시 저 메일을 받고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뭉클해졌더랬다.(옛날 분들은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실까?) 이제와 서보니 조마조마하고 괜히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을 피워내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 뜰 날은 오지 않겠나? 지금을 더 소중히 여기고 직장인일 때보다 더 자유로운 남편을 잘 이용하자(?)ㅋㅋ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유튜브에서 강 과장님 채널이 있는데 남일 같지 않아서 자주 보게 되는 채널이다. 여기 댓글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긴 장문의 길이지만 대충 내용은 "마흔 넘어서 정리해고 당하고 1년 동안 마음고생했지만 재취업했고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고 지금은 그 기간 동안 왜 더 맘 편히 지내지 못했나 후회 중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딱 내 마음상태 같았다.
더 즐기기로 했다. 잘 되진 않지만 결혼을 한 사이긴 하지만 결국 본인 인생이긴 하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주변에서는 결혼했으니 남편 인생이 네 인생이기도 하다고 하지만 깊게 들어가고 싶지 않다. 삼십 넘은 성인이 알아서 하겠지. 라며 내 마음은 나름의 성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