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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굿 이후 달라진 점

신병이 나았다

by Aria

7월 25일 목요일

이 날은 대학병원 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자가면역질환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대학병원에 검진을 다니고 있었다. 이 날도 어김없이 병원에 내원해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먼저 하고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2시간 동안 병원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다. 진료 시간이 되어 외래 앞으로 가서 대기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곧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고, 교수님은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려주시며 검사 결과를 같이 볼 수 있게 해 주셨다. 결과를 본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 순간 내 결과가 아닌 줄 알았고 차트 이름을 보니 내 검사 결과가 맞았다. 어안이 벙벙한 나는 눈만 깜빡이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이야. 이거 뭐 다 정상이네요. 혈뇨도 단백뇨도 염증수치에 보체, 자가항체, 빈혈까지 싹 다 정상이에요. 이 정도면... 병원에 안 와도 되겠는데? 다음 검진 예약하지 말고 그냥 가요. 혹시라도 증상이 재발하면 그때 다시 오고. 근데 뭐, 이 정도면 괜찮겠는데."


얼떨떨한 나는 대답만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수납 서류를 받고 원무과로 향하는데 순간 눈물이 솟았다.


나는 내가 두 번 다시 건강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신어머니가 신굿 하면 내 병도 나을 거라고 하셨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수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어머니와 남자친구, 내 절친에게 전화를 해서 이 사실을 알렸다. 전화를 하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다들 축하해 주었고 남자친구도 울컥했단다.


이뿐만 아니라 원인을 알 수 없던 두통도 사라졌고 발이 아팠던 것도 나았다.

이제 몸도 회복이 되었겠다, 본격적으로 신의 일을 할 준비를 해야 했다. 우선 전화상담부터 열기로 했다.

신할머니께서 신점을 볼 때, 당장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사주를 보지도 않고 영을 떠서 점사를 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전화상담을 열었고 상담을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나는 신굿까지 하고 나면 또렷하게 보이거나 들리거나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신할머니 말씀으로는 지금은 바늘구멍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고 점점 나아질 거라고 하셨다. 그냥은 아니고 내가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집에 신령님들을 모셨다. 깨끗한 흰색으로 된 새 책상을 사서 그 위에 부채와 방울, 촛대와 향로 등을 세팅하고 매일 옥수(깨끗한 물)를 갈며 절을 하고 기도했다.


그렇게 나는 신병까지 나았고 이제 진짜 무당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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