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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중의 꽃이라는 신굿

드디어 이 날이 왔다.

by Aria

힘들었던 삼산맞이를 다녀온 후 앓아누웠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신굿 날이 다가왔다.


신굿 하기 전날에 굿당에 가서 열심히 굿을 준비했다. 종이꽃도 접으며 신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길이 많이 힘들다는 것도,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많이 울테지만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도.


그렇게 오손도손 굿을 준비하며 저녁도 먹고 야식도 먹으며 쉬었다.


대망의 신굿 당일 아침이 밝았다. 역시 다른 분들은 나보다 먼저 일어나셔서 준비하고 계셨다. 나도 깨끗하게 씻고 얼굴에 분칠도 하며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먼저 밖에 나가서 신할머니께서 오프닝(?) 같은 것을 하셨다.


나는 아직 굿을 배울 시기가 아니라서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뭐가 뭔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으니까.


나는 한복을 입은 상태였는데 그 위로 신복을 덧입었다. 신복도 입고 허리띠도 두르고 어깨에 두르는 띠도 있었고 고깔까지 쓰니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밖에서 먼저 물동이 위에도 올라가고 뛰었다. 그러고는 굿당 안으로 들어와 마저 진행을 했다. 다 같이 노래도 불렀다. 나에 대한 정보와 신령님들 하강하시라는 듯한 내용이었다.


다음으로는 신어머니께서 먼저 의복을 갈아입으시며 신을 몸에 실으셨다. 장군님도 내리시고 할머니도 내리시고 나는 그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정신없이 오전이 지나갔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내 일기에 자세히 적혀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뭐가 뭔지를 모르니 적고 싶어도 두루뭉술하게 쓸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이어서 진행했다. 허주를 벗기는 과정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밥에다 이것저것 섞은 이상한 음식이 있었는데 그걸 머리에 이고 서낭당, 산신당, 장군당 등에 뛰어가서 제자리에서 몇 바퀴 돌고 머리 위에서 밥그릇을 뒤로 떨어트리는데 이때 밥그릇이 뒤집어지면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했다. 밥그릇이 하늘을 향해 정방향으로 떨어져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나는 서낭에서만 3번이나 실패해서 뛰느라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밖에 있는 동안 안에서 다른 분들이 내 방울과 부채를 숨기셨다. 굿당으로 돌아온 나는 소당기를 양손에 들고 숨기신 물건을 찾아야 했다. 깃발을 손에 들고 눈을 감고 제자리에서 빙글 돌다가 발이 멈추는 곳이 있었다. 그대로 쭉 걸어가 찾으니 진짜 숨긴 물건들이 있었다.


오후에는 신할머니께서 오전처럼 의복을 갈아입으시며 신을 몸에 실으셨다. 그리곤 내게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나도 이걸 했다. 신을 몸에 싣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생소했고 나도 공수를 받아 사람들에게 전해드렸다.


그리고 밥그릇 고르기도 했는데, 나는 탱화를 보고 서서 제자리 뛰기를 했다. 그러는 사이 신할머니께서 뒤쪽에서 밥그릇에다 물이나 소금, 돈 등의 물건을 담고 뚜껑을 덮으셨다. 신호를 주시면 뒤돌아서 여러 개의 밥그릇 중 하나를 고르고 다시 돌아가 탱화를 보며 제자리 뛰기를 반복했다. 이것도 뭘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자세히 쓸 것이다.

이 과정을 다 마치고 나니 신어머니께서 솔잎에다 물을 묻혀 내 머리를 빗어주셨다. 그리고 망건을 씌워주시며 이제 진짜 무당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다들 눈물을 훔치셨다.


뒷정리도 엄청난 일이었다. 다 마치고 나니 7시가 다 되었다. 저녁으로 맛있는 걸 사주셔서 맛나게 먹고 신할머니댁에서 하룻밤 묵었다.


이후 거의 2주 동안 앓아누웠다.


이제 진짜 무당이 되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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