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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머나먼 만신의 길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기도한다

by Aria

신굿 이후 몸도 회복하고 상담도 시작했다. 신어머니께서 상담하시는 걸 봤을 때는 어렵거나 힘들지 않아 보였다. 그냥 방울만 흔들면 다 보이고 다 알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엄청나게 집중해야 겨우 조금 보였다.


그리고 또 깨달은 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보여주신다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이 있고 다르게 보이는 것이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어떤 사람이 뱃속의 아기 성별을 물어봤다고 가정하자. 그럼 신어머니도 나도 딸이라는 공수를 받았는데 그 과정이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어머니의 경우 꽃다발을 보시고 딸이라고 하시고, 나의 경우 작고 붉그스름한 복숭아가 보였기 때문에 딸이라고 한 경우다.


공통적으로 같은 것을 보는 경우도 있다. 이게 좀 소름 돋는다. 어떤 사람이 땅이 안 팔리고 애를 먹인다며 찾아왔다. 신어머니도 나도 화가 난 표정의 할아버지를 본 경우가 같은 것을 보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 신어머니께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강조하셨다. 공수에 절대 내 생각이나 마음이 섞이면 안 될 것. 공수를 받는 대로 전달해야지 거기에 내 생각을 섞어서 말하게 되면 맑은 물에 잉크를 넣은 격이 된다고 하셨다.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공수 자체에 내 생각을 섞으면 안 된다.


또 엄청나게 강조하신 것은 신실함이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기도하며 수행할 것을 강조하셨다. 주기적으로 산도 다니며 기도를 올리고 끊임없이 수행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냥 굿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정말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외워야 할 경문도 많고, 초하루마다 음식도 해야 하고...

결정적으로 나의 욕심과 미련을 버려야 하는 수행을 매일 하는 것이다. 아직 내 마음의 상처와 욕심, 원망, 분노, 슬픔, 자기 연민 등의 미련이 남아있다. 이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 것. 매일 기도하며 노력하지만 제일 어려운 것이다. 신어머니께서는 내가 10년, 20년이 지나면 언젠가는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세상에 그저 되는 것은 없었다. 나는 오늘도 옥수를 갈고 기도를 하며 내 마음을 비우고 미련을 내려놓는 수행을 한다. 정말 힘들어서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나의 신명을 다하기 위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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