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떠올리면 어떤 순간이 떠오를까?
불 꺼진 방, 따뜻한 주황빛 조명 옆에 누워 바보 같은 웃음소리를 내던 그녀가 떠오른다.
가을은 바빴는지 아직 오지 않았다. 9월의 늦여름, 비오는 일요일 밤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온 내 눈에 담긴 그녀는 애벌레처럼 이불을 돌돌말아 몸을 싸고 있었다.
유독 하얀 그녀의 얼굴은 짙은 이불들 위를 더 동동 떠다니는 것 같았다.
사랑이었다.
사랑해라는 말 대신, 동그란 얼굴을 놀리는 말을 던졌다.
애벌레의 몸은 앞뒤로 흔들렸고, 땡그란 눈은 반달눈이 되었다.
그리고 "히히히, 헤헤헤헤" 하며 바보 같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것이 내게 사랑이다.
하얀 민낯과 질끈 동여맨 머리와 '척'이라고는 없는 바보 같은 웃음소리.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난 뭐라 대답할까?
난 사랑을 모른다. 사랑을 이야기할 줄도 모른다.
괜히 진지한 표정 지으며 음... 하며 대답을 머뭇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떠올릴 것이다.
하얀 얼굴의 그녀를.
머리를 동여맨 그녀를.
이불에 파묻힌 채 얼굴만 내놓은 그녀를.
그리고 바보같던 그녀의 웃음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