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방구리 Aug 19. 2024

자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루 중에서 16시간을 잔다는 우리 삶을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옛날에는 수험생들에게 '4당5락'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했는데

지금 수험생들에게도 해당되는지는 모르겠네.

왜, 네 시간만 자고 공부하면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그 오래된 밈.


학창시절에는 시험 때만 되면,

직장생활을 할 때는 마감 시기되면 잠이 쏟아졌던 걸 경험한 당신들은

그야말로 시도때도 없이 자고 있는 우리들이 부럽기도 할 게야.

잠자리가 바뀌면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고.

우리는 바닥이든, 식탁 끝이든, 볕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창가든

어디에서고 '냥모나이트'나 '식빵 자세'로 금세 잠에 빠져드니까. 마음이 편하면 네 다리를 쭉 뻗거나, 뱃살 다 내놓고 잠을 즐기지.


우리가 잠을 많이 자는 건,

야생에서 사냥을 하며 지내던 습성이 본성 어딘가에 굳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


막힌 변기를 뚫어 본 적이 있나?

꽉 막힌 걸 뚫으려면 한참 기다리며 물을 모아야 해. 물 한 방울의 힘은 약하지만, 그것들을 모아 단번에 쏟아부으면 막고 있던 오물이 쑥 내려가지.


그렇게 변기 물 모으듯 한시간 두시간 토막잠을 자며 충전한 힘을 모았다가

포르르 날아오르는 참새의 목을 단번에 틀어쥐는 거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


이 말은,

하루종일 뛰어다니며 낚아채는 연습을 하거나

발톱과 이빨을 날카롭게 가는 것보다도

고요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서 내 안에 힘을 차곡차곡 축적하는 것이

최대치의 힘을 단번에 발휘할 때 더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렇게 우리들은 사냥 성공률 70%라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 거야.


사람들은 자주 잠을 쫓아.

그러고 뭘 하는 줄 아나?

우리처럼 먹고살자고 사냥을 하는 게 아니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배 터지게 먹는 걸 입맛 다시며 보고 있더라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


아, 우리가 하루 중 긴 시간을 눈 감고 있다고 해서

우리를 게으름뱅이로 여기진 말아 주게.

우리는 잠귀가 아주 밝아서

바스락거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을 깨거든.

그러니 당신들도 '괭이잠'이라는 말을 만들어 쓰는 게 아니던가?


잠을 자면서도

귀는 깨어 있어야,

그간 모은 최대치의 힘을 쏟아낼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네.


어떤가, 자면서 쌓은 내공으로 우리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삶, 제법 근사하지 않은가?


같은 자세로 잠을 자면서 같은 꿈을 꾸고 있는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