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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글방구리
Nov 25. 2024
기다리다
약하고 힘없는 존재가 할 수 있는 기도
우리가 집사보다 잘하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겠느냐마는,
그중에서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기다리는 것'을 들겠어.
우리는 하루종일 집사의 돌봄을 기다려.
밥을 주기를,
물을 주기를,
화장실을
치워 주기를 기다리지.
집사의 손끝을 바라보면서,
집사의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 바람과 욕구를 알아들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
기다림은,
우리처럼 약하고 힘없는 존재들이 바치는 간절한 기도라네.
힘 있고 잘난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아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지도 않아.
그러나.
거두어주는 사람이 없어 한뎃잠을 자야 하는,
누군가의 자비심에 기대어 배를 채워야 하는,
창고에 쌓아놓고 살지 아니하고 하루의 만나와 메추라기만을 바라는,
걱정 또한 그 날치 분량 외에는 하지 않는 우리는
신의 은혜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아나빔.
그러기에
기다림은,
보이지 않아도 반드시 주어질 희망을 바라는 기도이기도 하지.
집사여,
그대도 우리처럼 날마다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네.
그런데
그대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
가?
주말, 월급날, 건강 회복과 치유, 승진, 수상처럼
그대 스스로 정해 놓은 기쁜 소식만 기다리는가,
혹은 그대를 세상에 보낸 신의 계획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가.
다음 주면 '대림절'이라는 시간이 시작된다지.
이 기간 동안만이라도
우리와 함께 철저히 가난한 마음으로 기다려 봄은 어떻겠는가,
우리는 우리 신의 계획을, 그대는 그대 신의 섭리를.
[고양이가 알 만한 단어 사전] 동사편은 일단 20개 단어로 마무리합니다. 고양이들도 침묵하고 싶어지는 대림절이 시작되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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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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