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두채(蜂斗菜)
꽃술에 별이 담겨있다지. 하얗고 작은 다발이 서른 하고도 네댓 개가 뭉치고, 다시 포(苞)에 싸여 한 다발이 한 송이가 된 꽃. 암꽃과 수꽃이 잘 구분되지 않는 두상 꽃차례의 머위꽃을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보았다. 어디에 별이 숨어있는 것일까.
옛날 염라대왕의 살생부에 오기(誤記)가 발견되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바로 잡을 수 없어서 결국은 수판(數板) 잘하는 인간 세상의 산 사람을 불렀다. 그는 몇 날 며칠 동안 수고한 끝에 살생부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염라대왕이 감사 표시를 하겠노라고 하자 그는 하늘나라에서 맛있게 먹었던 식물의 씨앗을 달라고 했다. 지상에 내려온 식물은 하늘나라가 그리웠나 보다. 작은 송이마다 별을 품었다.
그 귀한 꽃 속에서 별을 찾아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직 활짝 피지 않아서 별이 뜨지 않았나 보다며 휴대전화를 들여대었다. 찍은 사진을 조심스럽게 확대했다. 별이다! 꽃 수술 속에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머위의 본초는 봉두채(蜂斗菜), 꽃은 봉두화(蜂斗花)라고 한다. 봉(蜂)은 ‘무리’, 두(斗)는 ‘많다’, ‘크다’는 뜻이다. 꽃봉오리 수십 개가 합하여 많은 형태로 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위는 지방마다 ‘머우’, ‘머구’, ‘꼼치’로도 불린다.
매체나 기록물에 보면, 더러 머위를 관동화(䕀冬花)로 잘못 알고 있다. ‘관동(䕀冬)’은 꽁꽁 언 땅에서 싹을 틔우고 나왔다는 뜻의 ‘과동(顆凍)’에서 와전된 이름이다. 이는 머위가 아니다. 이파리는 머위와 비슷하나 꽃 모양 자체가 다르다. 꽃대 하나에 한 송이의 노란색 꽃을 피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으며 식물원이나 관상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
머위의 맛과 성질은 쓰고, 맵고, 시원하다. 청열, 활혈 효능을 동시에 지닌 특별한 식재료이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고 달며 독이 없다. 기침을 멎게 하고 폐결핵으로 피고름을 뱉는 걸 낫게 한다. 몸에 열이 나거나 답답한 증상을 없애고 허한 몸을 보해준다’라고 기록되었다.
머위에는 칼슘이 함유되어 골다공증에, 칼륨이 많아 중금속 제거와 혈압 조절에 좋다. 타박상과 눈 다래끼에 잎을 찧어 바르고, 생선 식중독, 천식과 기침에 잎과 줄기를 짠 즙을 마신다. 특히 봉두화는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장아찌를 담거나 무침, 튀김으로도 먹지만, 잘 말려두었다가 몸이 으슬으슬할 때 차로 마셔도 좋으리라.
양지 녘에 머위가 한창이다. 이파리를 따는 중에 꽃도 채취한다. 이파리로 장아찌를 담가도 되고, 살짝 데쳐서 무침과 쌈으로 먹어도 된다. 무침에 된장과 들기름을 사용하면 훨씬 맛있다. 약간 쓴맛이 있으면서 향이 독특한 토종 허브, 꽃 튀김은 그야말로 별식이다. 쓴맛이 나는 채소를 소금으로 간하면 더 쓴맛이 나니까 주의, 또한 머위 본래의 맛을 느끼려면 파와 마늘을 넣지 않는 게 좋다.
머위를 보니 그의 꽃말이 박힌다. 사랑이니, 행복이니, 그리움이니 하는 진부하고 달곰한 의미가 아니다. 하늘나라 식물이라 그런가, 무던하고 강하게 ‘공평’이란다. ‘공평정론(公平正論)을 거역하면 평생토록 수치를 당하게 된다’라는 옛말이 있다. 세월이 하 수상하여 머위꽃을 보며 ‘공평’을 논해 본다.
Tip: 어린 머위는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소화기관이 약한 경우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니 데쳐서 사용한다.
머위장아찌와 튀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