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날파리

어려운 너

by 트래거

나는 잡지 못했다


내 눈앞에서 작디작은 날파리가 날아다닌다

소리도 없이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그 녀석이 날아다닌다


읽던 책을 덮으면서 손으로 박수를 친다

내 손이 글을 놓치기 싫어하는 책 표지처럼 '쾅' 해본다


나는 잡지 못했다


세월이 신체능력을 갉아먹은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느려지는데 작디작은 너는 더 빨라져

세상을 향한 나의 소리는 점점 작아지는데

너희들의 세상은 더 빠르게 지나가는구나


잡은 줄 알고 손바닥을 쳐다보면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 손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망막 뒤에 자리 잡은 작은 점 같은 그 녀석이 다시 앞에

약을 올리 듯 돌아다닌다


달 속에 있는 작은 점처럼 그 녀석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다시 손뼉을 친다

나는 잡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서 그 녀석을 찾아다닌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허탈하게 자리에 앉아서 허공을 응시할 찰나

작은 점이 날아간다


나는 잡으려 하지 않는다



hand-351277_640.jpg pixabay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2화지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