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북숭이 샴푸 선택 기준 = 로켓 배송? 네이버 페이?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17
여러분들은 털북숭이 가족을 씻길 때 반려 동물 전용 샴푸를 쓰시죠?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그 샴푸를 선택하셨나요?
반려 동물 산업이 각광을 받으며 정말 유례없이 다양한 제품들이 빠르게 출시되고 있어요. 샴푸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보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다른 고유의 특성을 어필하고 있어요. '반려 동물의 피부는 이러이러하니 이런 점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게 있으면 안 된다!' 뭐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그 성분이나 마케팅 소구점들을 보면 이과적 사고방식을 지닌 저로서는 몇 가지 의아한 점들이 있어요. (소구점 : 광고에서 수요자에게 호소하는 부분)
'과연 저 많은 성분들이 다 실제 효과가 있을까? 저들이 주장하는 효과에 대한 근거는 뭐지? 관련 논문이 있나?'
'아무리 좋은 성분일지라도 효과가 있으려면 결국 중요한 건 농도인데,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들어가면 도대체 각 성분들의 농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저는 외국 여행을 준비할 때 여행 책자를 사고 그 나라 관광청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피곤하게 살아요. 하하.)
이러한 수많은 소구점들로 인해 선택에 장애가 생길 수 있어요. 관련 정보와 선택지가 다양해질수록 오히려 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에 관련된 오해도 풀어드리고 선택 기준을 알려드리고자 해요. 그 근거는 당연히 수의 피부학 교과서이고요. 놀라실 수도 있지만 수의 피부학 책에는 씻기는 방법과 샴푸 선택 방법에 대해 꽤 자세히 다루고 있어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수의 피부학 교과서 : Muller and Kirk's Small Animal DERMATOLOGY 발췌)
샴푸의 선택에 있어 책에서 제시되는 세 가지 포인트는 다음과 같아요.
1. 약용 샴푸는 평소에 쓰지 말자!
털북숭이들에게선 피부 질환이 굉장히 흔해요. 그래서 이를 빨리 치료하기 위해 약물이 들어가 있는 약용 샴푸를 권해드릴 때가 있죠.
그런데 오해하시면 안 돼요. 앞으로 평생 그것만 쓰라는 게 아니에요. 이건 현재의 피부 상태, 즉 질병이 발생된 상태에서만 추천되는 샴푸예요.
피부병이 개선된 후에는 일반 샴푸를 쓰셔야 해요. 그 이유는 약물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 때문이에요. '약효'가 있다는 건 반드시 그에 수반되는 부작용도 있다는 걸 의미해요. 약효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시점에도 계속해서 약욕 샴푸를 쓴다면 결국 털북숭이는 그 약물의 부작용만 얻게 되는 거예요.
2. 피부에 충분한 보습을 제공하자!
피부와 털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털북숭이와 사람의 피부는 일부 차이점은 있어도 구조 및 기능, 생리적 특성은 거의 유사해요. 사람의 피부에서도 보습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피부가 건조해지면 각종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기 때문이잖아요. 털북숭이들도 마찬가지예요. 보습력이 부족한 샴푸의 경우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각종 감염이나 가려움증을 발생시킬 수 있어요. 그러니 피부가 수분을 머금을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는 게 중요해요.
3. 피부에 자극이 적은 제품을 쓰자!
샴푸를 제조할 때 방부제와 계면 활성제, 보습제와 같이 꼭 필요한 성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왕이면 이러한 성분들이 저자극성 물질로 구성된 제품을 고르는 게 좋아요. 써보면서 나의 털북숭이 가족에게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지만 애초에 그런 물질들을 최소화한 제품을 선택하는 게 더 좋겠죠.
위 세 가지 포인트들을 잊지 마시고, 샴푸를 다시 선택할 때가 온다면! 보습성과 저자극성이 강조된 샴푸를 선택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
그런데 위 내용들을 아무리 읽어 보아도 선택이 수월해 지진 않을 거예요. 저마다 다들 자기 제품이 보습 효과가 뛰어나며 저자극성이라 할 테니까요.
결국은 써 보는 수밖에 없죠.
그런데 '선택'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며 막상 '평가'에는 그다지 노력을 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계세요. 중요한 건 내가 선택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느냐가 아닌, 그 선택으로 인해 털북숭이가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 이지 않을까요?
제품을 바꾼 뒤 하얗게 일어나던 각질이나 긁는 횟수가 얼마나 줄었는지, 목욕 후 빗질할 때 빠지던 털의 양에 변화가 있는지, 평소보다 피부병이 생기는 빈도가 늘어나진 않았는지 등을 유심히 관찰해 주세요. 이러한 평가가 반영된 선택이 당신과 털북숭이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