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 치료중입니다.
그 나이에 뭘. .
내가 교정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는 사람들마다 하는 말이다.
정확히는 교정기가 아니라 장치라고 한다.
치열을 교정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턱뼈를 넓혀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장치이다.
언듯 보면 이빨 교정기랑 거의 비슷하다.
어느 순간부터 코골이가 심해졌다. 다른 방에서 자는 딸아이가 귀에 거슬려서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코골이를 막는 테이프도 코에 붙여 보고 별 짓을 다 했다. 결국은 병원행이었다.
우선은 수면 검사를 했다. 결과는 수면무호흡증이 중증이었다. 보통 9만 넘어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15였다. 중증이라고 의사도 놀랐다. 내 나이에 더군다나 여자가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내가 뭔 짓을 하고 살았던 건가? 반성을 해도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수면무호흡증에는 나는 무죄다. 아마 이것도 원래 약하고 생기다만 몸이라 그런가 혼자 짐작할 뿐이다.
딸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버티고 버티다 받은 수면 검사였다. 나이 들면 다 코도 골고 하는 거라 생각했었다. 사실 딸아이에게 들볶이는 것이 힘들어서 그냥 해 주자 하는 심정이었다.
수면무호흡증이 중증이라는 말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했다. 예전에는 코를 곤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어른들 말씀이 '그림처럼 자는 애"라 했었다. 그렇게 조용히 자던 내가 코골이 대장이 되었다. 더군다나 남편이 술 마셨을 때나 하던 그 수면무호흡증이라니! 그것도 중증이라니!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뇌로 산소 공급이 잘 안된다. 당연히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나는 10년 가까이 알츠하이머를 앓았던 시어머니를 간병했다. 치매라는 것에는 거의 노이로제 상태다. 그런 내가 치매에 걸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딸아이의 극성이 감사했다.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알았다.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방법이 문제였다. 가장 쉽게는 수술을 하는 방법이 있었다.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수면무호흡증은 나이 때문에 기도의 근육이 쳐져서 생긴다고 한다. 늘어진 기도의 근육이 기도를 막아서 생긴다고 한다. 의사의 의견은 수술을 해도 어차피 또 재발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여러 방법을 얘기한 끝에 치과적인 치료 방법을 택했다.
장치를 이용해서 턱뼈를 넓히는 것이다. 장치를 착용하면서 구강을 넓혀 주면 턱뼈가 자연스럽게 옆으로 벌어진다. 턱뼈가 넓어지면서 기도가 확보되어 수면무호흡증이 해결되는 방법이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크게 번거로울 일이 없다. 매일 열심히 장치를 하고 턱뼈가 넓어지기를 기다리면 된다. 보너스로 턱뼈가 교정되면서 눌려 있던 턱 아래의 신경들이 풀린다고 했다.
2년째 장치를 하고 있다. 의사는 최대한 많이 장치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상 장치를 하면 발음이 어눌해 진다. 낮에는 말을 해야 하니 아무래도 불편했다. 밤에만 장치를 끼고 잤다.
하루에 많이 해야 8시간 정도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진도가 많이 느려졌다. 5년 정도면 해결 할 수 있다고 했었다. 이대로 가면 어느 세월에 끝낼 수 있을 지 싶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낮에도 장치를 하고 있기로 했다.
말할 때 발음이 어눌하니 마스크를 하고 있어도 다들 이상하게 여긴다. 결국 마스크를 내리고 장치를 보여 준다.
"교정기 했네
그 나이에 뭘 그런 걸 해
하긴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나이 안따지지"
한결 같은 반응이다.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하고 있는 거라 설명한다. 수면무호흡증과 이빨 교정이 무슨 상관이냐 한다. 내가 민망하니까 핑계 대는 것으로 생각한다. 턱뼈를 넓혀서 기도를 확보하는 거라고 설명까지 한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내가 한심하다. '내가 아니면 그만인데!' 속으로는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설명한다. 이 나이에 교정까지 하면서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거다.
정말 외모에 신경을 쓴다면 이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 거다. 이 방법의 최대 부작용이 있다. 얼굴에 잔주름이 생긴다. 턱뼈가 넓어지면서 얼굴형이 바뀐다. 나 같은 경우는 약간 둥근 얼굴이었다. 지금은 완전히 계란형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피부가 따라 주지를 못하니 입 주위로 엄청난 잔주름이 생겼다. 짧은 시간에 팍삭 늙어버린 꼴이다. 병원에서는 보톡스를 놔 준다. 나는 그것도 못한다. 모든 약이든 이물질이든 거부하는 특이한 몸이다.
내 나름대로는 얼굴의 주름을 감수했다. 치매 걸리는 것보다야 백번 낫다. 이 나이에 주름이 늦게 생기나, 일찍 생기나 시간차일 뿐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외모 보다는 건강이 먼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 자기 기준이다. 나에게 '그 나이에 뭘'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외모가 먼저라 생각해서 일지도 모른다.
태어나기를 약하게 태어났다. 평생 연약한 몸으로 버티며 살아 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래 건강한 사람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을 안다. 그래도 내 인생 2막의 버킷리스트는 건강하게 살아보기다. 내 건강을 위해 외모는 얼마든지 포기한다. 어차피 늙어가는 몸이다. 내 인생 2막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