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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좀 쪄도 돼, 먹어 - 건강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인생 2막 버킷리스트 - 건강하게 살아 보기

by 드망

살 좀 쪄도 돼, 먹어!


가족과 다른 사람들과 차이 나는 부분이다.

집에서는 혹시나 빵이라도 집어 들면 '안돼'가 시전 된다.

너무 불쌍한 표정(슈렉의 고양이 같은 표정이 잘 통한다)을 만들면

"맛만 봐야 돼"

정말 어렵게 윤허가 떨어진다.

혈당과 콜레스테롤 때문이다. 물론 혈압도 있다.

살이 찌면 이 문제들이 더 커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음식을 먹으면 상황이 완전 달라진다.

그저 더 먹으라고 한다. 배부르다 해도 소용없다.

밀가루 음식이나 단음식은 나름 조심하려 한다. 다른 사람들과 먹으면 이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당 때문이라고 많이 안 먹으려 한다고 한다. 살 안 찐다고 그저 먹으라고만 한다. 나이 들어서는 살도 좀 있어야 된단다. 아무리 건강 때문이라고 해도 접수가 안된다.

정말 입에서 당기지 않을 때도 많다. 이런 날은 억울하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맛있게 먹고 당이 오르거나, 콜레스테롤이 오른다면 덜 억울하다. 안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을 걱정해야 하면 화가 날 때도 있다. 물론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이 힘들었다.

몇 년간 음식을 조심하다 보니 입맛이 바뀌었다.

예전처럼 빵이나 아이스크림이 맛있지 않다. 단맛이 싫어졌다고 할까? 정확히는 감당이 안된다.

빵이나 케이크, 또는 단맛이 도는 음료들을 먹으면 어지럽다. 그 후유증이 보통 이틀 정도 간다.

원래도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피자 러버라 피자 반판까지도 가능했지만...


한참 잘 먹었을 때는 뚱뚱했다. 지금은 전성기 때보다 15kg 정도를 뺀 상태다. 물만 먹어도 찌는 체질이라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살이 찐다. 살이 찐다는 것은 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뜻이다. 하루 이틀만 잘 먹으면 뱃살이 붙는 것이 금방 표가 난다. 내장지방이 늘어나면 혈당과 콜레스테롤에도 빨간불이 켜진다는 뜻이다.


살이 찔까 봐 음식을 조심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날씬한 외모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아니다. 물론 살이 쪄서 몸이 둔하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 더 큰 문제는 살이 찌면서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다. 실제로 살을 빼면서 지방간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살이 찌는 만큼 콜레스테롤과 혈당, 혈압이 올라간다.


나에게는 외모가 문제가 아닌 삶의 질의 문제다. 고혈압이나, 당뇨로 인한 합병증의 심각성이 무섭다. 친정아버지 체질을 그대로 물려받아서 대사이상증후군이 빨리 시작되었다. 그만큼 합병증의 위험도 크다고 의사는 몸무게를 잘 유지하라고 강조한다.


이미 왼쪽눈은 혈관이 많이 막혔다. 의사는 눈중풍이라 생각하면 된단다. 레이저 시술로 흥부네 이불 꿰매듯 때워 놓았다. 양쪽 눈의 초점을 맞추기가 힘들다. 움직이는 물체를 오래 보는 것도 힘들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양쪽 눈의 초점을 맞추기가 더 힘들다. 내 눈이 힘든 것은 나만 안다. 일일이 말하기도 그렇다.


항상 내 몸 상태를 설명하기도 어렵다. 나에게는 삶의 질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문제다. 건강 때문에 조심하는 거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자기들도 당뇨약 먹어도 그냥 다 먹는다고 괜찮다고 먹으라 한다. 내가 별난 사람이 되는 순서다.

그런 말들 듣기 싫어서 그냥 먹을 때도 많다. 감사하게도 내 몸은 정직하다.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을 먹으면 며칠 몸이 많이 힘들다. 반성문을 쓰게 된다.


이런 상황들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나는 음식을 조심하려 한다. 함께 먹는 사람들은 내가 살찔까 무서워 조심한다고 말한다. 그런 반응이 싫어서 그냥 먹고는 며칠을 고생한다. 이런 시간들을 반복하면서 건강을 지키기가 점점 버거워진다. 만나서 함께 밥 먹고 차를 마시는 시간이 마냥 즐겁지 않은 이유다. 만나서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무서워진다.


그냥 건강상의 이유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면 좋겠다. 더 이상 억지로 권하지 않으면 정말 감사하겠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더 먹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나처럼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서다. 이제는 생각을 바꾸면 싶다. 음식을 조심한다는 것은 날씬한 몸매를 원해서가 아니다. 정말 건강을 원해서다.


의사들조차도 다이어트의 진정한 의미는 살을 빼서 몸매를 날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진정한 다이어트는 내 몸을 관리할 수 있는 선안에 두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습관과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몇 년간 건강하게 살아보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인생 2막의 버킷리스트다. 이런저런 노력을 하며 깨달은 것은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안 먹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여러분!

나를 좀 도와주세요.

날씬하고 예뻐지고 싶어서 아니에요.

그냥 나는 건강하게 살고 싶을 뿐입니다.

제발 억지로 먹으라고 하지 마세요!

나의 병든 노후를 책임져 주지는 않을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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