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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멀쩡한 데가 어디야?

나는 종합병원이다.

by 드망

도대체 멀쩡한 데가 어디야?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나는 말 그대로 종합병원이다.


타고나기를 약골로 태어났고,

특이체질이라 모든 약을 거부하는 별난 몸을 가졌다.

약성이 있는 모든 것들, 하다 못해 유자차나 모과차도 다른 사람보다

옅게 희석하지 않으면 어지러워 일어나지를 못한다.


몸의 모든 기관들은 생기다 말았는지 제대로 기능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

평생 이 몸을 짐으로 여기고 살아 왔다.

그래도 몇년 전부터는 그래도 이 몸이 있으니 이 삶을 살 수 있구나 한다.

내 몸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다.


의사 말로는 남들보다 너무 이른 나이에 대사증후군이 시작되었단다.

몸의 기능이 너무 떨어져 있어서 해독이 안된단다.

빠질 것들이 빠져 줘야 되는데 그 놈의 순환을 하는 재주도 없다니.

항상 연약했던 심장은 지금도 힘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는 삶!

그래도 잘 살아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피로와 부종 때문에 결국 다시 병원을 찾았다.

원인을 찾을 수 없어 내과에서 온갖 검사를 다 하다가 다시 기능의학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부교감신경항진이 극심한 자율신경실조증,

기능이 멈췄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부신.

이 정도면 그동안 고통스러웠던 나의 몸 상태가 설명은 되는 것 같았다.


문제는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의사는 힘들어도 해 보자고 하지만 내 몸에 대한 나의 신뢰도는 0에 수렴한다.


10년 가까이 알츠하이머를 앓던 시어머니를 모시며 얻은

허리, 목, 어깨, 팔, 손목, 무릎의 근골격계 질환까지 겹쳐서

이미 삶의 질은 바닥을 친 상태니까. .


한동안 되는대로 살아두지 했다.

몸부림친다고 될까 싶으니까. .

사는만큼 살고, 다른 사람 힘들게만 하지 않고 갈 수 있다면

더 이상 미련도 없다 싶었다.


그런데. .

더 이상 어쩔 수 없다 싶을 때 죽어주면 좋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다.

되는대로 버티다 와상 환자가 되어버리면 식구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게 될지. .

그게 더 무섭고 두려워진다.


다시 해 보기로 했다.

처방 받은 영양제를 챙겨 먹고,

아주 작은 노력부터 쌓아 보기로 했다.

노력해도 안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충 버티다 식구들의 짐이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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