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내가 움직일 수 있다면 기회는 있다.
나이 든다는 것.
나에게 주어졌던 가능성이
조금씩 사라지고
어느 시점에서는
가능이라는 단어보다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것.
세월이 흐른다는 것.
바람이 옷깃을 날리듯
세월은 그렇게
나를 날리고 떠나갔고,
그 세월이라는 바람은
나에게 남아 있던
삶에 대한 열정이라는
수분마저 날려버렸다.
'언젠가는'이라는
저당 잡힌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왔고,
세월의 끝자락에서
그 저당은 결코
되찾아 올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저당 잡힌 인생이 아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추스리는 마음도 아니고
불타오르는 의욕도 아닌
건강한 몸.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켜 주는 몸.
남아 있는 내 삶을 위해
그 삶을 이어갈 마지막 도구
내 몸을 추슬러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