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의 봄이 지나면

결혼의 의미

by 혼다


늘 찬란한 봄이기를 바랐다. 창문을 열면 햇살이 쏟아지고, 꽃잎은 흩날리고 마음속의 걱정들도 봄바람에 실려 훌쩍 날아가길 바랐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만 지나간다.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며 마음이 괜스레 분주해지고, 점점 더 무거워진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일들, 익숙해질 줄 알았던 감정들. 그러나 가끔은 켜켜이 쌓아 꾹꾹 눌러둔 힘듦이 한순간에 불어난 눈덩이처럼 가슴 한복판을 툭 하고 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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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두세 번의 봄을 그렇게 버티고, 열 번의 봄을 건너며 분명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어려운 일, 힘든 일, 마음에 걸리던 생각들이 시간이 지나며 희미해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10번의 봄을 지나오며 알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말해주는 건, 기억은 흐려져도 마음에 박힌 작은 가시는 어느 날 불쑥, 가장 예기치 못한 순간에 아프게 스스로를 찌른다는 사실이었다.

꾹꾹 눌러둔 감정, 말하지 못한 생각들, 애써 외면한 오해들이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마음의 결을 거칠게 만들고 있었다.

결혼 후 지난 10번의 봄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나?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무엇보다도, 진심을 다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없이는 어떤 관계도 맑게 지속될 수 없다는 걸. 부딪히고, 깨지고, 바닥까지 다 보여주며 싸우더라도 그 밑바닥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비로소 다시 투명한 마음으로 서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걸, 그제야 마음 깊이 배워간다.

돌이켜보면 봄은 언제나 ‘시작’의 계절이지만 시작엔 반드시 끝이 깃들어 있다. 그래야 새로운 씨앗을 심을 수 있으니까.

10번의 봄을 지나며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내 마음의 흙을 갈아엎고 진짜 내 안의 것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봄은 여전히 찬란하다. 다만, 그 찬란함을 지켜내기 위해 그만큼의 고요한 싸움과 깊은 감정의 고비를 우리 각자는 통과해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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