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의미
남편이 출장을 떠난 지난 일주일.
아이도 이제 초등학생이니, 나만의 시간이 조금은 생기겠거니 싶었지만 생각과 달리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일에 집중하려 해도 자꾸만 실수를 걱정했고, 작은 일에도 조급해졌다.
왜 그랬을까.
잠시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니, 그건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남편의 빈자리를 기꺼이 채우고 싶었던 마음, 그럼에도 괜찮다는 스스로의 인정을 받고 싶었던 마음이 내 안에서 자꾸만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럴 땐 어김없이 숲을 걷는다.
초록을 눈에 가득 담고, 풀잎 내음으로 코끝을 맑히며 숨을 고른다.
걷다 보면 문득 하늘을 향해 뻗는 풀들을 바라보다, 다시 땅을 내려다보게 된다. 평소엔 무심히 지나쳤던 땅.
하지만 그 아래,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기에 저토록 싱그럽게 피어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하늘만 보며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지탱해 주는 땅이 있다는 것을 잊고, 숨겨진 뿌리의 시간들을 가볍게 여긴 건 아닐까.
걷는 내내 부끄럽고 고마운 마음이 교차했다.
땅속의 뿌리처럼, 내 곁의 일상과 관계와 시간들이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배워간다.
나는 아직도 서툰 어른이지만, 이렇게 조용한 깨달음들이 나를 조금씩 자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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