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 24
우리말 'ㅅ'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마치 영어의 '번데기 발음'처럼 들리는데, 이를 두고 흔히들 '혀 짧은 소리'를 낸다고 말합니다. TV와 라디오에 나온 출연자들 중에도 '혀 짧은 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저는 그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ㅅ발음이 이상한 걸 모르나?'
'이상한 건 아는데 고칠 생각은 안 해 봤나?'
'고치려고 노력은 해 봤는데 잘 안 되나?
"선생님 꽃사슴 해보세요" 사연의 주인공인 선생님 C 기억하시죠?
'ㅅ' 발음을 교정하려고 18년간 눈물겹게 독학하셨던 그분.
C가 '혀 짧은 소리' 와의 악연을 끊을 수 있었던 건, 이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어? 저는 혀가 윗잇몸에 안 닿아요."
바로 이게 혀 짧은 소리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럼 C의 혀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윗니요.
정상적인 'ㅅ'소리는 혀가 윗잇몸에 닿을 때 만들어지는데 C는 윗잇몸에 닿아야 할 혀가 윗니에 닿았던 거죠.
혀의 조음 위치 이탈, 그게 원인이었습니다.
혀가 제자리를 찾는 훈련을 반복했더니 자연스럽게 '혀 짧은 소리'가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 자음 'ㅅ,ㅆ'은 치조음입니다. 혀끝이 잇몸에 닿아서 만들어지는 소리라는 뜻입니다.
이런 치조음은 'ㅅ,ㅆ'말고도 더 있습니다. 맞아요. 'ㄷㅌㄸㄴㄹ'도 치조음입니다. 같은 위치, 즉 모두 잇몸에서 만들어지는 소리입니다. 다만, 조음 방법이 달라 서로 다른 소리가 만들어진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참고:말소리튜닝 23)
따라서 'ㅅ' 발음 교정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같은 위치에서 만들어지는 'ㄷ'과 'ㄴ'의 도움을 받아서 훈련하면 됩니다.
먼저 점검해 보겠습니다.
"스스스스스" 해보세요.
혀끝이 잇몸에 닿나요?
그럼 오케이. 우리말 'ㅅ' 소리가 제대로 날 겁니다.
혹시 혀끝이 이빨에 닿나요?
노노, 아마도 혀 짧은 소리가 날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드드드드 느느느느 스스스스"를 반복해 보세요.
'드드드드 느느느느'할 때 혀가 닿는 잇몸에 '스스스스' 할 때도 혀가 닿아야 합니다.
다른 곳이 아닌 바로 그 잇몸에요. 왜냐하면 모두 치조음이기 때문이죠.
"다다다다 나나나나 사사사사"로도 해보세요. 혀가 동일한 위치, 즉 잇몸에 닿아야 해요.
정확한 'ㅅ' 소리를 낼 수 있도록 'ㄷ'과 'ㄴ'이 길잡이가 되어 줄 겁니다.
더 연습해 볼까요
"두누수"
"도노소"
"대내새"
"더너서"
이렇게 하다 보면 'ㅅ' 소리가 정확해집니다.
그런데 왜 혀가 윗니에 닿을까요?
제가 관찰해 보니, '혀 짧은 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혀가 앞쪽으로 밀려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안 하고 있을 때 보면, 입이 살짝 벌어져 있고 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혀가 밀려 나온 게 보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혀 짧은 소리'가 아니고 '혀 긴소리'라고 해야 더 정확할 듯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앞으로 밀려 나온 혀를 의식적으로 뒤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아요. 어색하고 혀도 입도 뻐근하죠. 하지만 반복해서 습관을 만들면 됩니다. 선생님 C처럼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혀가 치아에 닿아서 만들어지는 소리가 없다는 걸 기억하셔야 합니다.
노래를 하다가 음을 이탈하면 노래가 이상하게 들립니다.
마찬가지로 혀가 조음 위치를 이탈하면 말소리가 이상해집니다.
우리는 지금 모국어인 우리말소리의 재료들을 해부해서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작업이야말로 또렷한 말소리를 만들기 위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