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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끗 차이예요

말소리튜닝 22

by 신미이

"물~, 불~, 풀~, 뿔~"

초성에 있는 자음에 집중하면서 소리 내 보세요.

'ㅁ,ㅂ,ㅍ,ㅃ' 4개가 모두 다른 소리 맞죠? 우리에게는 너무나 쉽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는 아닙니다.

자음 소리 구분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정확한 자음 소리를 내는 데 애를 먹습니다.


저는 직접 경험을 했습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초등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건 빨~간~색~이에요. 따라 해 보세요" 하면 "팔~간~색~"이라고 했습니다.

"이건 뿌리예요. 따라 해 보세요" 하면 " 푸~리~"라고 했습니다.

"이건 사슴뿔이에요. 따라 해 보세요" 하면 "사~슴~풀~"이라고 했습니다. 진짜예요.


오늘은 '조음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조음 위치'가 같더라도 '조음 방법'이 다르면 비슷하지만 다른 소리가 됩니다.

전문용어라서 어렵게 보이지만 이해하면 쉽습니다. 각각의 자음 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정말 정교하구나, 하고 느끼실 겁니다.


우리 입에서 자음 소리가 만들어지는 위치는 모두 4곳입니다.

저는 각각의 위치에 번호를 붙였습니다.

이 번호는 나중에 써먹을 일이 있으니 꼭 기억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참조:#말소리튜닝 20)


1번 양순, 2번 치조, 3번 경구개, 4번 연구개


1번 양순음을 가지고 해 보겠습니다.


양순, 즉 두 입술에서는 자음 'ㅁ,ㅂ,ㅍ,ㅃ' 4개의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같은 위치에서 만들어지는군요.

'ㅁ,ㅂ,ㅍ,ㅃ'는 '조음 위치'가 같습니다. 그래서 양순음이라고 불러요.

'조음 위치'가 같으니까 소리도 같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귀에 서로 다르게 들려요.

왜 그럴까요?

그건 '조음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ㅁ'을 소리 내는 방법과 'ㅂ'을 소리 내는 방법, 'ㅍ'을 소리 내는 방법, 'ㅃ'을 소리 내는 방법이 서로 다릅니다.

'같은 위치'에서 소리가 만들어지더라도 '소리를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먼저 'ㅁ'소리 내는 방법에 대해 살펴볼까요.

"므~므~므~므~" 해보세요.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소리가 나요. 이때 숨이 입뿐만 아니라 코로도 빠져나가요. 그래서 'ㅁ'을 비음이라고 불러요.


이번에는 "브~브~브~브~" 해보세요.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소리가 나요. 이때 숨은 입으로만 빠져나가요. 그리고 바람이 느껴져요. 손바닥을 입 가까이 대보세요. 바람이 훅 빠지는데 느껴지죠.


계속해서 "프~프~프~프~" 해보세요.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소리가 나요. 숨이 입 밖으로 빠져나갈 때 바람이 많이 느껴져요. 손바닥을 입 가까이 대보세요. 아까 "브~" 소리를 낼 때보다 바람이 많이 나와요.


마지막으로 "쁘~쁘~쁘~쁘~" 해보세요.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소리가 나요. 이때 손바닥을 입 가까이에 대보세요. 바람이 느껴지나요? 아니요. 바람이 거의 없어요. 저는 이렇게 느껴져요. 바람이 짧아진 대신 강해진 것 같아요. 짧고 강한 바람이 한 번에 훅 하고 빠져나오면서 된소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이 된소리는 다른 언어에는 없는 우리나라 말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에게는 '듣도 보도 못한 소리'라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거죠.


보셨죠. 소리가 만들어지는 위치는 입술로 같은데 소리를 내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는 거.

즉, '조음 위치'는 같은데 '조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소리가 됩니다.


제가 또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군요.

한국어 모국어 화자라면 이런 조음 위치니, 조음 방법이니 하는 걸 몰라도 그냥 다 알아서 소리 잘 냅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에게는 저렇게 일일이 구분해서 '조음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이 말을 바꿔서 말하면, 조음 방법을 잘 모르면 정확한 자음 소리를 못 만들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우리 중에도 양순음 'ㅁ,ㅂ,ㅍ,ㅃ'소리가 정확하지 않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의 조음 방법부터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사실, 정상적인 한국어 모국어 화자들이라면 이 양순음 소리를 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ㅁ,ㅂ,ㅍ,ㅃ' 소리를 비교적 정확하게 구분해서 낼 줄 압니다.

그런데 조음 위치 2번 치조는 그렇지 않습니다. 입 속의 지뢰밭이라고나 할까요.

다음 글에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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