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 20
입은 '말소리를 완성하는 동굴'입니다. 자음 소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자음 소리를 정확하게 내려면 먼저 내 입 속 동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탐색해 보아야 합니다. 내 입 속은 어떻게 생겼는지, 도대체 혀라는 녀석이 그 안에서 무슨 재주를 부리고 있는 건 지, 알면 알수록 신통방통합니다.
오롯이 입 안의 구조를 느끼려면 눈을 감아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눈 감으라고 하면 웃기겠네요. 제가 하는 말을 못 읽으실 테니까. 일단은 눈을 뜨고 저를 따라오세요.
여기에서는 혀가 주인공입니다. 입 속 탐색은 눈이 아니라 혀로 합니다. 즉 시각이 아니라 촉각으로 하는 거죠. 눈으로 하는 탐색은 의미가 없습니다. 눈으로 보려면 입을 크게 벌려야 하는데, 이때 혀는 실제 말할 때의 움직임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요. 우리는 실제 말할 때 혀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거든요.
입을 다물여 보세요.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립니다. 혀 근육의 힘을 빼고 살짝 내려놓으세요. 그러면 아랫니 뒤쪽으로 혀가 차분하게 내려앉습니다. 이때 혀끝이 아랫니 뒤쪽에 살짝 닿을 듯 말 듯 합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으신가요? 혀끝과 아랫니 사이의 거리를 느껴보세요. 혀가 아랫니와 밀착되어 아랫니를 밀어내고 있다면 이건 나중에 'ㅅ' 발음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입술을 다물고 있습니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맞닿아 있어요. 두 개의 입술은 자음 소리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걸 '양순'이라고 부릅니다. '양순'을 1번이라고 붙이겠습니다.
혀를 들어 올려서 본격적으로 입 속 동굴을 탐색해 보겠습니다. 혀 위쪽에 무엇이 있는지 느껴보겠습니다. 처음에 무엇이 느껴지나요? 저는 윗니가 느껴집니다. 윗니를 지나면 윗니 뿌리를 감싸고 있는 잇몸이 느껴집니다. 이 윗잇몸은 매우 중요한 자리입니다. 윗니 뿌리가 살로 덮인 잇몸 부분을 '치조'라고 부릅니다. '치조'를 2번이라고 붙이겠습니다.
잇몸을 지나서 더 안쪽을 혀로 훑어보세요. 언덕 같이 솟은 부분을 지나 내리막길이 시작됩니다. 입천장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입천장 시작 지점은 뼈가 있어서 딱딱해요. 그래서 입천장 앞쪽의 단단한 부분을 '경구개'라고 부릅니다. '경구개'를 3번이라고 붙이겠습니다.
경구개를 지나 혀를 더 안쪽으로 훑어 들어가 보세요. 부드러운 입천장이 느껴집니다. 혀로 훑으면 살짝 간질간질해요. 면적도 넓어요. 입천장 뒤쪽의 연한 부분, 여기를 '연구개'라고 부릅니다. '연구개'를 4번이라고 붙이겠습니다.
입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양순(1번)-치조(2번)-경구개(3번)-연구개(4번)
이 네 곳은 자음 소리가 만들어지는 자리, 즉 '조음 위치'입니다.
예를 들면, 자음 'ㅁ'은 1번 양순에서만, 자음 'ㄷ'은 2번 치조에서만, 자음 'ㅈ'은 3번 경구개에서만, 자음 'ㄱ'은 4번 연구개에서만 만들어집니다.
리코더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리코더를 불 때 손가락으로 어느 구멍을 막느냐에 따라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가 달라집니다.
입 속에서 자음 소리가 만들어지는 원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각각의 '조음 위치'가 리더코의 구멍이라면, 혀는 손가락이 하는 일을 하는 겁니다. 즉, 혀가 어느 조음 위치에 닿느냐에 따라 자음 소리가 결정됩니다.
혀가 입천장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고 표현해도 큰 무리는 아닐 듯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1번 양순에서 만들어지는 자음 소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