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 18
습관을 만든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말소리튜닝 1~17을 묶어 '말소리튜닝 모음 편' 브런치북을 내고 이틀을 쉬었더니 다시 노트북을 열기가 쉽지 않네요. 자발적으로 안 되면 억지로라도 해야겠죠. 아이러니하게도 저를 강제로 움직이는 건 저와 했던 약속입니다. 브런치스토리를 처음 시작할 때 매일 쓰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거든요. 그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다시 저를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뭐든 잘하려면 익숙해져야 하고 익숙해지려면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도 습관을 못 들인 걸 보니 달필가가 되려면 아직도 멀었나 봅니다. 반성합니다. 또렷한 말소리 만들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브런치북 '말소리튜닝 모음 편'에서 계속 강조했습니다. 모음 소리를 정확하게 내려면 의식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이 중요하다고.
모음은 말소리의 뼈대가 되는 소리이기 때문에 모음(vowel)이 무너지면 음절(syllable)이 사라지고 음절이 사라지면 낱말(word)이 안 들리고, 낱말이 안 들리면 문장(sentence)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모음 소리 기초 공사를 잘해야 전달력이 높아집니다. 의식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이 중요한 건 앞으로 살펴보게 될 자음 소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확한 자음 소리 만들기는 차차 설명하겠습니다.
그럼 의식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은 어떻게 꾸준히 할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한번 결심한 건 꼭 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은 알아서 잘할 겁니다. 그런데 저처럼 '농땡이' 유혹에 쉽게 빠지는 사람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말소리튜닝 훈련하는 분들에게 과제를 부여합니다. 좋아하는 책을 매일 소리 내 읽으라고요. 그런데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하면 또 안 합니다. 그래서 저는 스마트폰 녹음을 받아서 피드백합니다.
책을 소리 내 읽으면 말소리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그냥 생각 없이 하던 대로 설렁설렁 읽으면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변화는 의식적으로 할 때 생깁니다. 즉, 내 입의 움직임이 어떤 소리를 만들어 내는지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해야 합니다. 쉽지 않죠? 책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말소리와 입모양까지 신경 쓴다면 고된 노동일 겁니다. 맞습니다. 머리도 더 많이 써야 하고 입 근육도 뻐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말소리가 명확해집니다.
앞글에서도 여러 번 등장했던 A교수님 이야기입니다. 교수님은 공식적인 말하기 상황에서 전달력을 높이는 말소리를 구사하는 게 목표입니다. 소리 내어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하게 자신의 발음이 좀 부정확하다는 정도만 느꼈습니다. 그런데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자기 말소리 중 부정확한 부분이 어디인지 그리고 왜 그런 소리를 내는지 구체적으로 깨닫게 됐습니다. 문제를 알기 때문에 교정할 수 있습니다. 발음이 잘 안 되는 단어가 책 속에 나오면 의식적으로 입을 움직여 발음하려고 노력합니다. 잘못된 조음 습관을 고쳐가고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습관이 될 거고 그때가 되면 의식하지 않더라도 또렷한 말소리를 갖게 될 겁니다.
둘째, 말소리가 커집니다.
목소리가 작아도 사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직업에 따라 또는 직위에 따라 큰소리로 말해야 효과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평소 작은 말소리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와 훈련한 B공무원이 그랬습니다. B공무원은 고급 간부였습니다. 발음도 정확하고 목소리도 맑았습니다. 하지만 업무를 할 때 말소리에 생기가 없어 보이는 게 고민이었습니다. 목소리가 작다 보니 리듬에 강약이 없고 말끝을 흐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 소리로 책 읽기 연습을 하면서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했습니다. 자기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고. 하지만 제 귀에는 말소리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성량이 풍부해지니까 그 공무원의 장점인 정확한 발음과 맑은 목소리가 돋보였습니다. B공무원은 스스로 정해 놓은 성량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 한계를 뛰어넘을 용기가 부족했을 뿐입니다. 자신감을 갖게 된 B공무원은 꾸준히 큰 소리로 책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습관이 될 때까지.
꼭 기억하세요. 나에게 들리는 내 말소리는 상대방에게 들리는 것보다 크게 들려요. 그래서 크게 말해야 한다고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책을 한 권 골라 매일 큰 소리로 읽어보세요.
말소리가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