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 19
"선생님, 꽃사슴 해보세요"
여러분도 큰 따옴표 안에 있는 말을 크게 소리 내서 읽어 보세요.
어떠세요? 'ㅅ'발음 잘되나요?
저 'ㅅ' 발음에 얽힌 눈물 나는 사연 하나 소개합니다.
주인공은 C라고 부르겠습니다. C는 음절 초성에 오는 자음 'ㅅ'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했습니다.
흔히들 혀 짧은 소리를 낸다고 하죠.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본인도 잘 몰랐습니다.
C의 직업은 중학교 선생님. 설상가상으로 수학 선생님입니다. 자기 이름 초성에도 'ㅅ'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입니까.
어느 날 제자가 오더니 대뜸 이렇게 말하고 웃었답니다.
"선생님, 꽃사슴 해보세요 ㅋㅋㅋ"
제자가 농담처럼 던진 한마디에 어리둥절했지만, 금방 눈치챘습니다.
'아, 내 ㅅ발음이 이상하구나.'
그렇게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자신의 'ㅅ'발음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C는 부끄러워서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ㅅ'이 들어간 단어는 다른 말로 바꿔서 했습니다. 자기소개는 가급적 안 했습니다. 입을 닫는 게 마음 편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말이 줄었습니다. 발표도 부담스러워졌습니다.
고치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습니다. 처음에는 셀프처방을 시도했습니다. 송곳니 사이로 바람이 샌다고 생각해 송곳니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말해봤지만 역시나였습니다. 그다음에는 숨은 고수를 찾아 나섰습니다. 용하다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 따라도 해보기도 하고, 비법을 담았다는 책도 사서 읽었습니다. 심지어 치과도 찾아갔습니다. 송곳니를 교정해 달라고 졸랐지만 의사가 양심은 있는지 말렸답니다. 그래도 뭐라도 해달라고
물고 늘어지자 치아에 뭔가를 입혀줬답니다. 역시 효과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또 18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C는 이제 교장이 되었습니다. 근무하는 학교마다 교명에 초성 'ㅅ'이 한두 개씩은 있었습니다. 운명치고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피해 갈 수가 없었습니다. 기관의 장으로 공개 발언 기회가 잦아졌기 때문입니다. '장'이라는 자리 탓에 입을 닫고 살 수만은 없는, 어쩔 수 없이 말해야 하는, 한마디로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C는 저와 말소리튜닝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7개월이 흐른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ㅅ' 발음은 당연히 교정됐습니다. 말소리가 전체적으로 분명해졌습니다.
요즘 만나면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자연스럽게 발표 불안 문제도 해소되었습니다. 자리 탓에 아니, 자리 덕분에 C를 괴롭혀온 'ㅅ'발음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인생역전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었을까요?
자음은 모음과 소리 내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모음과는 다른 방식으로 연습해야 합니다. 자음 소리를 정확하게 내려면, 혀와 입천장의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입천장은 고정되어 있으니 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이들의 상호작용이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설명하기도, 교정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해봅시다.